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립액이 12조 원을 넘기면서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었으나, 은행·원금보장 상품에만 10조 원 넘게 몰리면서 은행·초저위험 쏠림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분기 상품 수익률은 금융투자·고위험 상품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6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판매 중인 300개 디폴트옵션 상품 총 적립액은 12조5520억 원으로 직전 분기 7조4425억 원 대비 68.65% 늘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은행 10조5840억 원, 보험 5911억 원, 금융투자 4172억 원 기타업권에 9597억 원이 적립됐다. 총 잔액 중 은행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4.32%로 3분기 86.1% 대비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높았다.
3분기 금융투자보다 적었던 보험업 상품 적립금은 4분기 들어 금융투자 업권을 앞질렀다. 업권별 4분기 수익률은 금융투자 4.86%, 은행 4.41%, 보험 4.30% 순이었다.
원금보장형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도 지속했다. 4분기 말 기준 초저위험형 상품에 11조2879억 원의 적립금이 몰렸고, 저위험 6835억 원, 중위험 4057억 원, 고위험 1749억 원 순이었다.
원금 보장·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 차이는 컸다. 출시 3개월 이상 된 상품 중 원금보장형 상품 40개의 4분기 평균 수익률은 0.93%였고, 비보장형 247개 상품은 5.09%였다. 저위험 상품 84개는 평균 3.17%, 중위험 상품 81개는 평균 5.23%, 고위험 상품 82개는 6.92%였다.
4분기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은 ‘한화투자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BF1’, ‘하이투자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BF1’으로 각 14.45% 수익률을 기록했다. 위험 상품 중에서는 ‘부산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2’가 11.2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저위험에서는 ‘한화투자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포트폴리오2’(10.37%)이 저 위험 상품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초저위험에서는 ‘동양생명디폴트옵션초저위험이율보증형’(1.09%)가 각각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상품 위험도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인 ‘한화투자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BF1’과 ‘한화투자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포트폴리오2’ 상품은 구성상품인 ‘BK플레인바닐라EMP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 O클래스’의 위험등급 상향으로 판매 중단 상태다.
한편,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 쏠림 현상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디폴트옵션 시행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출시 1년이 지난 초저위험 상품 19개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4.56%이나 중앙은행 금리 인하에 따라 향후 수익률은 하락할 전망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합리적인 투자포트폴리오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포함된 것은 일종의 제도적 결함”이라며 “제도 개편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을 적격상품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어렵다면 미국 적격디폴트옵션(QDIA)제도와 같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을 지정하는 경우 기간을 짧게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권에서는 소비자 투자성향 자체가 안정형을 선호하므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자금이 쏠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금을 운용하는 소비자들은 연령층이 높고 투자성향이 안정적인 편이기 때문에 은행에 있는 예금이나 채권형 상품에 몰리는 것"이라면서 "예금 상품을 디폴트옵션에서 제외하더라도 주식형 펀드보다는 채권형 같은 안전형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