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소비ㆍ투자 둔화→부진 진단…내수 비관론↑

입력 2024-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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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회복에 경기부진 완화…중동분쟁 韓경제 위험 요인"

▲폐업 정리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호프집. (뉴시스)
▲폐업 정리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호프집. (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그간 내수 부문에서 '둔화' 표현을 썼던 KDI가 현재의 소비ㆍ투자 상황을 더 안 좋게 본 것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7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반도체경기 반등에 따른 수출 회복세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경제동향 발표에 이어 지난달에도 내수 둔화라는 표현을 썼던 KDI가 이달에는 이보다 부정적인 '부진'이란 단어를 쓴 것이다.

소비의 경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상품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12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국내승용차(-9.7%), 의복(-6.7%), 음식료품(-5.2%) 등 다수의 품목에서 감소하며 전년보다 2.5% 줄었다.

서비스생산도 소매업(-3.7%), 금융 및 보험업(-3.0%), 숙박 및 음식점업(-2.2%) 등에서 감소하며 0.2% 증가에 그쳤다.

설비투자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작년 12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 부진이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전년대비 -5.9%)를 보였다.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위축된 자동차(전월대비 -10.3%)를 중심으로 운송장비(-2.2%) 투자가 감소세를 지속했고, 기계류(-7.1%)도 부진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도 반도체 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다소 개선되면서 향후 설비투자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고 KDI는 분석했다.

건설기성(불변)도 주택착공 부진 가시화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수주(+34.9%)는 공공(+138.3%)과 토목부문(+127.9%)이 크게 개선됐지만 비중이 큰 민간부문(-16.4%)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민간부문 수주 부진을 감안할 때 건설투자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부진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546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8.0% 늘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월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2년 5월(21.4%) 이후 20개월 만이다. 최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1월 반도체 수출은 93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6.2%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출 증가세는 제조업 생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제조업 생산은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6.7% 늘었다. 이중 반도체 생산은 53.3%나 증가했다.

제조업 출하 역시 높은 증가율(6.8%)를 보였고, 재고율(107.7%)은 전월에 이어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KDI는 "이와 같은 내수와 수출 경기 격차는 생산부문에도 반영돼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둔화된 반면, 제조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DI는 격화하고 있는 중동지역 분쟁이 향후 유가 상승, 운송 차질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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