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제는 곧 산업 전환이 핵심…보수 정당의 어젠다” [인터뷰]

입력 2024-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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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환경 전문가'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 인터뷰

▲국민의힘 총선 영입 인재 정혜림 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가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국민의힘 총선 영입 인재 정혜림 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펠로우가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기후 유권자다. 올해 1월 국내 기후운동에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유권자의 33.5%는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선택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시민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조사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경쟁적으로 기후환경 전문가를 인재로 영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인재로 기후환경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에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12월 에너지·환경 전문가 정혜림 전 SK 경영경제연구소 리서치 펠로우를 인재영입했다.

본지는 6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정 전 펠로우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환경 공학 및 생물공학을 전공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녹색경영정책 경영학석사 과정을 거쳤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국내 대기업에서 국가의 기술 R&D, 산업 전환 연구를 수행한 자타칭 ‘녹색성장 전문가’로도 불린다.

◇ ‘기후’는 진보의 전유물?…“보수 정당만의 역할 있다”

- ‘기후’, ‘환경’은 주로 진보 정치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에너지·환경 전문가로서 ‘보수 진영’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내 가치관과 잘 맞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으로 중·고등학교 때 에너지공학자를 꿈꿨다. 녹색경영정책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쳐 국책연구원에서 국가기후기술개발 전략 수립도 해보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진정한 의미의 탄소 저감을 위해선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전환하고, 탄소 직접 감축을 위한 인프라의 변화가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다. 결국 ‘산업의 과제’였고, 보수 정당의 의제와 부합함을 깨달았다.”

- 기후가 ‘산업’과 맞물린 문제여서 보수 정당에서 더 잘 할 수 있다?

“진보 정당은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변화의 방향성을 큰 목소리로 제시한다. 보수 정당의 역할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현실성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장 기회와 동력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민주당은 환경운동가 출신이 주류다. 야당은 ‘기후 문제’와 ‘환경 문제’를 일단 구분부터 할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는 환경(자연) 보전에 가까운데, 기후변화 문제는 산업 전환의 관점에서 솔루션이 명확하다.”

-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후 총선’, ‘기후 정치’가 하나의 화두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후총선’이란 어젠다 설정에 지금까지 국민의힘의 기여도는 무척 적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산업의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생각보다 꽤 많이 마련했다. 예컨대, 이철규 의원이 개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그렇다.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법안도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 “‘기후 공약’ 당에 적극 제안…협치국회 만들고 싶다”

- 4·10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당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계실 것 같다.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

“지금 당이 총선 공약을 만들고 있다. 저는 정책위원회 안의 특정 단에 소속돼 기후 공약 및 정책을 확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당에 어떤 제안을 하셨나.

“‘탄소 관세’ 같은 것들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까진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사실 공공조달과 같은 부분에서 메꿔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공공조달 평가 기준은 탄소 배출을 고려하지 않는다.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을 가산점 형식으로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당에 제안했다.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다 산정하기 어려우니 일단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우선 적용 대상인 철강 등 6개 품목에 대해 우선 적용하자고 했다.”

- 또 있다면?

“‘그린’(green)과 ‘디지털’(digital) 전환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AI(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들이 녹색 전환을 촉진할 수 있고, 또 이는 전력 수요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결국 그린(친환경)과 함께 가야 한다. 한마디로 이처럼 맞물려 연계된 산업을 더욱 육성했으면 좋겠다.”

- 국회에 입성하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선 여야 간 협치를 이루고 싶다. 저희 청년 세대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회 안에서 무언가 해결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협치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주제다. 목표가 같고 (방식이 조금 다를 뿐) 큰 틀에서 이견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문제에서만큼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합의를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싸우는 게 ‘정치를 잘하고 있다’의 척도가 되는 건 분명 잘못된 거다.”

◇ “날 선 공격 없고, 소신있는 정치를 소망한다"

-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를 지켜봤을 때) 지역구로 가신 분들이 아무리 의지가 있고 진심이라도 특정 분야에 온전히 집중하시긴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재선을 원할 경우) 지역구 현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니 말이다. 저는 기후변화 문제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해서 비례대표를 선택하게 됐다.”

- 존경하는 정치인 혹은 인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예지 의원을 제일 좋아한다.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본인의 삶과 직결된 의제에 대해선 뚝심과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 과정에 품위를 잃지 않으신다. 보수 정당이 그런 모습을 가져가야 된다라고 생각한다.

날 선 공격을 하지 않고도 본인의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고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갈 수 있단 점이 좋아보인다. ‘나도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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