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이혼] 외도한 유책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

입력 2024-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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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부광득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상속이나 이혼 같은 일을 다루는 가족법 분야에서도 많은 제도적 변화들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요즘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들 중 하나는 상속세 문제인데,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 같은 문제가 있어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다보니, 여러 정책적, 입법적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얼마 전 모 정당에서 발표한 공약 하나가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내용은 이혼에 있어 파탄주의를 입법적으로 도입하고, 징벌적 위자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혼제도는, 배우자 중 어느 한 사람이 외도를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명백한 이혼 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이혼 청구권을 인정하는 ‘유책주의’가 있고,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도저히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가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그동안 우리 민법이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파탄주의’로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고, 2015년 대법원 판례는 결론은 ‘유책주의’가 유지돼야 한다고 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6명의 대법관은 ‘파탄주의’로 변경해야 한다고 보았다.

입법적으로 파탄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모 정당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년 이상 별거가 계속되어 사실상 혼인이 파탄에 이른 때”를 이혼사유로 추가하여 파탄주의를 명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외도를 한 배우자나 폭력을 행사한 배우자 같이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문제가 생기니 ‘징벌적 위자료’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인정되는 금액은 2000~30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징벌적 위자료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중 책임이 없는 배우자의 기여도를 계산한 부분을 제외한 부분, 즉 재산분할에서 유책배우자의 몫인 재산 부분에서 최대 50%까지 위자료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체 분할대상 재산이 10억 원인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기여도를 50대 50으로 인정받았다면, 유책배우자의 몫인 5억 원의 최대 50%까지 위자료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2억 5000만 원까지 징벌적 위자료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는 전체 재산 10억 원 재산 중 5억 원을 재산분할로, 2억 5000만 원을 위자료로 받게 되고, 유책배우자는 2억 5000만 원을 가지게 된다.

어떤 이혼제도가 맞다고 생각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이와 같이 파탄주의를 도입하고 징벌적 위자료 제도를 도입하자는 입법적 제안의 취지에 공감이 된다.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혹은 확실한 이혼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렇게 이혼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다시 혼인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를 필자는 본 적이 없고 이혼 소송까지 한 마당에 관계가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이혼 가능 여부를 두고 다투는 소송은 특히나 당사자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소송을 하는 당사자들도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는다.

징벌적 위자료 제도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포함해 재산분할 과정에서 이혼 이후의 생활까지 깊이 고려한다든지 노후에 받는 연금에 있어서도 배려를 한다든지 하는 여러 방안을 통해 경제적으로 배려를 해준다면 유책주의를 유지할 필요성도 더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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