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선관위 '수검표'로 의혹 차단

입력 2024-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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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당시 126건 선거소송 제기…인용된 사례 없어

▲ 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연수회에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모의개표 실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 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연수회에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모의개표 실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와 관련한 '음모론'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개표 과정에서 사람이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선거 관련 소송이 줄을 이었다. 선관위 등에 따르면 당시 총선에서는 지역구 115건, 비례대표 11건 등 총 126건의 선거 소송이 제기됐다. 대부분 사전투표 및 개표 조작 등 선거부정을 이유로 제기된 유사한 소송이었으며, 최종 결과는 △기각 95건 △각하 8건 △일부 각하·기각 2건 △소장 각하 7건 △소 취하 14건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정선거 의혹 관련 소송이 인용된 사례가 없었다.

당시 미래통합당의 일부 지지자들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미래통합당 후보자의 평균 사전투표 득표비율이 63%:36%로 일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선관위는 "선거구 전체로 보면 253개 선거구 중에서 17개 선거구(6.7%)만이 63 : 36의 비율인 것을 확인했다"며 "양당 외 정당추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득표를 제외하고 일부 지역에서 두 정당의 득표율만을 비교한 수치로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부천시 신중동 관내 사전투표(1만8210표)와 부천시 상동 관내 사전투표(1만2959표)가 투표 1회당 4.74초~6.66초 소요돼 실제 유권자가 투표하고 나오기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사전투표장비 1대 운영 시 산출한 결과"라며 "부천시는 관내 사전투표를 위해 신중동 15대, 상동 11대를 각각 운영해 실제 장비 수로 산출하면 1분당 0.82~0.84명, 1인당 1분 11초~1분 13초 정도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선거 관련 음모론은 2002년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부터 이미 반복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후보가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57만 표(2.3%) 차이로 패하자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투표지 분류기 이용에 의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개표집계 전산시스템 증거 보전을 요구하며 대통령 당선무효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법원에서는 한나라당이 선정한 80개 위원회의 1104만9311장의 투표용지에 대한 재검표를 실시했고, 재검표 결과 증감은 920표에 그쳐 그 비율이 0.008%, 약 1만2000매당 1매에 불과했다. 이 또한 대부분이 구분선 기표, 접선 기표 등 유·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미분류로 처리된 투표지에 대한 법원과 선관위의 견해차에 기인하거나 계산 실수로 인한 차이였다. 결국, 한나라당은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한 대가로 6억 원에 달하는 소송 비용에 더해 당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를 했고, 당시 서청원 당 대표는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패했던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두고선 진보 진영에서 음모론이 제기됐다. 2017년 제19대 대선 직전 방송인 김어준이 영화 '더플랜'을 통해 제18대 대선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해 개표 부정이 있었다는 이른바 'K값'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19대 대선 종료 후 공개 검증을 요구할 경우 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의혹이 종결됐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해 총선 투명성·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총선 개표 과정에서 사람이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개표 절차에서는 투표지 분류기(전자 개표기)를 거친 투표지를 '심사계수기'에 넣어 개표사무원이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있다. 다만,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심사계수기의 분류 속도가 빨라 정확한 참관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 등이 제기돼왔다.

또한,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실시간 촬영하는 화면을 각 시도 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공개하고,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된 일련번호 형태는 QR코드에서 바코드 형태로 변경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정보원 보안컨설팅 지적에 따라 투표지 분류기에 인가된 보안 USB만을 인식할 수 있는 매체제어 프로그램을 적용해 해킹 및 무선통신 시도를 미리 차단하기로 했으며, 사전투표선거인 신분증 이미지를 선거일 후 30일까지 연장 보관하고 투표지 이미지는 임기 만료 시까지 원본을 보존하도록 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선관위는 "대부분의 부정선거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선거 때마다 반복돼 선거 불복을 조장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했다"며 "의혹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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