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령 논란에 ‘레이건식 정면돌파’ 나섰지만…‘인지력 저하’ 의혹 한층 고조 [커지는 미국 대선 후보 리스크]

입력 2024-02-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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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공격에 ‘지혜’·‘경험’으로 맞대응
잇단 말실수에 무용지물
“아들 죽은 날도 기억 못해” 특검 보고서에 미국 ‘경악’
보고서 반박 직후에도 또 말실수
미국인 86% “재선하기엔 너무 늙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앉아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앉아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4년 당시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했다. 당시 대통령 선거 라이벌이었던 56세 윌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의 나이를 걸고넘어지자 “나는 상대가 너무 젊고 경험이 적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이 통쾌한 반격에 미국인들을 환영했고 지지율이 회복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81세 미국 역사상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도 레이건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 고령 리스크를 돌파해 나가려 하고 있다. “당신이 나를 노인이라고 부른다면 나는 경험이 풍부하다고 말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얻는 장점 중 하나는 약간의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그의 나이는 그의 경험과 전문성과 함께 엄청난 자산”이라며 힘을 보탰다.

문제는 이러한 역공격이 효과를 보려면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실제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계속되는 말실수로 인해 경험과 지혜가 부각되기는 커녕 인지력 저하 의혹에 휩싸였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특검이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의 기억력 문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고령 논란에 불이 붙었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측은하고 선의를 지녔지만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해 배심원의 동조를 끌어낼 수 있다고 짚는가 하면, 부통령 재직 시절과 장남의 사망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기억력 문제를 꼬집은 특검의 보고서에 크게 반발하며 오목조목 반박했지만, 그 직후 또다시 말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는 “내 기억력은 나빠지지 않았다. 기억력은 좋다”며 “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 선의를 가졌고, 노인이며,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남인 보 바이든의 사망한 해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나는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상기하는 데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감히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나”며 분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 “멕시코의 엘시시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물자가 들어가는 문을 열고 싶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와 대화하면서 문을 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혼동해 잘못 말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인들도 점차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9~10일 미국 성인 5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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