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인도네시아, 대우의 혼과 미래가 공존하는 곳

입력 2009-06-07 18:06 수정 2009-06-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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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 봉제ㆍ철강 사업 심화…방위산업 특화 현장

'적도에 걸려 있는 에메랄드 목걸이'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약 2억 4000만명이 살고 있는 세계 4번째의 인구 대국인 이 나라에서 18명의 대우인터내셔널 현지 주재원들이 대우의 혼(魂)을 살리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는 종합상사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 중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래와 특화전략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우의 맥을 잇는 ‘대우어패럴’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60km 정도 북쪽에 위치한 국립 보세구역(KBN)에는 1993년에 설립된 대우인터내셔널의 인니 봉제법인(PT. RISMAR DAEWOO APPAREL, 대우 어패럴)이 자리 잡고 있다.

채묵호 이사(대우어패럴 법인장)는 “대우가 봉제로 사업을 시작한 향수가 남아있다”면서 “(대우어패럴을) 복합기능을 갖춘 글로벌 머천다이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500만 달러 수준인 연매출을 3년 뒤에는 1억 달러로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마련됐다.

대우그룹의 모태는 1967년 당시 한성섬유에서 수출부장으로 있던 김우중 전 회장이 설립한 봉제법인 대우실업. IMF환란 속에 해체된 대우그룹의 각 계열사 중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의 적자로 인정받는 것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여전히 봉제 산업의 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채 이사는 “봉제, 섬유부문에서 지난 40여년 간 축적된 대우의 품질 노하우를 부산 공장을 철수하면서 인도네시아로 가져 온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ERP시스템을 정착시키고 현지 인을 영업부장으로 앉히는 등 현지화를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의 맥을 인도네시아에서 잇고 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지난 1998년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현지 사정의 혼란으로)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회사를 지켜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는 것이 채 이사의 설명이다.

또 2007년도에는 대우어패럴의 한 주요 협력업체 공장이 전소돼 물량손실은 물론이고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몇몇 거래선이 끊기는 시련도 있었다. 이를 겪어 냈더니 지난해에는 국립보세구역에 보트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홍수가 났다.

채 이사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현재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본사와 미국, 유럽, 홍콩 등 각지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도네시아가 여성의류 영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섬유산업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함께 정부의 전용단지 조성 등의 섬유산업 진흥정책에 따라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대 섬유 봉제산업 국가인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중국 내에서 저임금 인력충원이 문제가 대두대고, 대안 국가들 중 방글라데시는 노무관리의 어려움, 베트남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이전속도가 빨라 저임금 인력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봉제산업의 중․장기적 안정적 사업영위가 가능한 지역으로 인도네시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우어패럴은 지난 2003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자카르타 본 공장(9개 라인)과 2005년도에 추가로 설립한 스마랑 제2공장(15개 라인)등 2개의 자체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자카르타 지역에 8~10개, 스마랑 지역에 6~8개의 외주협력업체와 생산협력체제를 구축해 최대 120개 라인을 운영하고 있어 연간 약 2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는 한국인 11명(영업5명, 기술6명)과 9550명의 현채인(자가 공장 2350명, 협력 공장 7200명)이 일하고 있다.

◆종합상사 비즈니스의 심화 ‘인니코일센터’

“철강 공장이지만 철강서비스 공장이다”임종인 상무(인니코일센터 법인장)는 코일센터를 이곳에 설립한 주요 목적을 한국산 철강제품을 많이 수입해서 판매하는, 인도네시아 내의 수요처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른바 한국산 철강 판재류 판매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것. 수요처 군을 한국계 가전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 일본계 가전업체 및 일반 로컬시장에까지 확대해 한국산 판재류의 신규시장개발에 기여하고 판로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공식설명도 나왔다.

실제로 국자별 원자재 구매 현황을 보면 현대 하이스코, 유니온철강, 포스코 등 한국 기업에서 수입하는 철강이 인니코일센터 전체 수입량의 71.1%를 차지한다. 인니코일센터는 한국 등지에서 들여 온 철강을 수요처 현황에 맞게 ‘잘라내’ 이곳에 있는 인도네시아(59.7%), 일본(28.0)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임 상무는 “(코일센터를 설립한 지) 2년 반이 됐는데, 현재 243개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2012년까지 6000만달러에서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철강비즈니스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05년 12월에 인도네시아 ADR그룹과 공동출자(자본금 977만2000달러, 지분율 51%)로 설립한 인니코일센터(PT.International Steel Indonesia)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계 메이저 자본이 참여해 만들어진 코일센터이다.

더군다나 한국 종합상사가 철강 수요처 개발을 위해 직접 코일센터에 진입한 사례도 이곳이 처음이다. 이곳에는 3명의 한국인 주재원과 90명의 현지 채용인력들이 있다.

임 상무는 “포스코 같은 철강회사가 현지에 철강을 가공하는 코일센터를 설립해서 공급하는 경우는 있지만 종합상사가 수요처를 먼저 개발해 놓고 철강 임가공을 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면서 “종합상사의 철강비즈니스가 단순 무역에서 변화해 가공제품 수요처를 개발, 판매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종합상사의 철강비즈니스는 철강회사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다. 직접 코일센터를 현지에 설립해서 임가공한 후 이 제품의 수요처를 개발하는 것은 기존의 철강비즈니스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형태가 종합상사의 비즈니스 기회를 더 많이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종합상사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신호탄을 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른바 종합상사 비즈니스의 심화이다.

임 상무는 “인도네시아는 일본 업체들이 석권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와서 경쟁을 하는 것인데, 일본 제품을 쓰고 있는 업체로 우리가 포스코나 하이스코 제품을 가져가서 이것을 써 보라고 제안한다. 제품 가격이 좋고, 서비스가 좋으면. 일본제품을 쓰던 친구들이 한국제품으로 돌아 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의 코일센터 생산케파는 약 100만톤 규모, 이 중에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7곳의 생산케파가 90만톤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만톤 생산케파를 갖추고 설립된 대우인터내셔널의 인니코일센터의 활약에 따라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철강 소재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인니코일센터의 임가공 판매 확대의 기회도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국내 철강제조업체들의 판로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억 달러 잠수함을 잡아라…방산 특화 ‘자카르타 지사’

35년 이상 유지된 한국 유일의 방산수출 전문조직. 대우인터내셔널을 표현하는 수식어 중 하나이자 여타 종합상사들과 구분하게 만드는 특화 포인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우리나라 방산수출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왔다. 1980년대 K2 소총, 탄약 등의 미국 처녀 수출을 비롯해 1990년대에는 K200 장갑차, 호위함 등 대형 사업을, 2000년대에는 KT-1훈련기, 209급 잠수함 창정비, 장갑차 등을 수출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자카르타 지사는 한국 방산수출 역사에 ‘최초의 잠수함 수출’이라는 성과를 더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지난달 12일 입찰을 공고한 해군향 잠수함 신조사업 수주에 뛰어 든 것이다.

이승훈 상무(자카르타 지사장)는 “단군 이래 잠수함을 수출하는 최초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지사가 인도네시아 해군에 수출하려는 잠수함은 성능을 개선한 장보고함으로 1400톤급 2척이다.

잠수함 신조사업에는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참여하고 있는데, 최소 7억 달러에서 최대 1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이는 소형 자동차 기준으로 약 7만여대 수출과 맞먹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육, 해, 공군, 경찰에 수출한 각종 장비류가 모두 약 5억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잠수함 신조사업 수주의 중요성이 커진다.

빠르면 이달 17일 입찰이 이뤄질 잠수함 신조사업에서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 국가는 러시아라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는 잠수함 신조사업 수주와 연관해 인도네시아에 10억 달러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밝히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것이 대우인터내셔널 측의 입장이다. 이 상무는 “인도네시아와 앞서 많은 거래관계가 있어서 친밀감이 높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의 잠수함 구조함이 유사시 지원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인터내셔널 자카르타 지사는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의 1차 청정비 사업에 이어 올 4월에는 2차 사업까지 따낸 전력이 있어 잠수함 신조사업 수주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자카르타 지사는 특화산업으로 방산제품 수출에 매진하는 한편 “역내 제1의 복합거래 기지 위상 확보”라는 중장기 비전을 갖고 철강, 금속, 화학, 물자 등의 영업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 제품의 경우 일본계 완성차 및 부품 업체에 포스코의 강판 공급과 더불어 오토바이 업체를 위한 철강재 공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카르타 지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국토 면적 및 인구를 고려할 때 철강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자동차 산업을 선두로 해 조선, 건설 등 강재 소요량이 큰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카르타 지사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화학, 섬유 물자 등을 제3국으로 판매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폴리에스터 원료를 장기 구매해 중국 및 동남아 등지에 판매하는 사업과 인니산 면세 품목을 확보해 한국과 미국 등지에 판매하는 사업을 포함해 각 국가간의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신규 사업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이 상무는 “복합거래 기지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순 상품 거래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라면서 “올해 3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거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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