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또 산 ‘80대 슈퍼개미’…윤 회장 지분 따라잡나

입력 2024-02-13 15:17 수정 2024-02-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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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태 삼전 회장, 태영건설 지분 9.79% 보유
‘2대 주주’ 윤석민 회장과 지분 격차 불과 0.21%p
공격적 매수에 지분 확보 향방 주목
‘단순 시세차익 vs 경영권 영향 가능성’ 분석 엇갈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태영건설 3대 주주인 황순태 삼전 회장이 태영건설 보유 지분을 또 한 번 늘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황 회장은 태영건설 주식 138만1000주를 장내 매수했다는 사실을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8일 공시했다.

이에 황 사장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은 총 9.79%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지분율(6.24%)에서 3.55%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태영건설 주식을 꾸준히 사고팔며 지분을 늘렸다. 태영건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지분을 팔고, 하락할 때는 대량 매수하는 식이다. 특히 주가가 3000원대에서 2000원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1월 중순에만 63만 주 넘게 사들였다.

공시에 따르면 황 회장이 사들인 태영건설의 주당 취득 단가는 최소 2200원에서 최대 3303원 사이다. 주당 평균 단가는 약 2591원이다. 평단가가 2400원대인 현 주가보다는 소폭 높은 상황이지만, 꾸준히 ‘물타기’를 하며 이를 낮추고 있다.

이에 황 회장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은 현재 2대 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지분과 겨우 0.21%p 차이로 좁혀졌다. 태영건설의 주요 주주는 지분 27.8%를 보유한 티와이홀딩스와 윤 회장(10.0%), 황 회장 순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매수세는 황 회장이 오랜 기간 고수해온 투자법이다. 황 회장은 1939년 1월생으로, 전자부품 제조기업 삼전을 운영 중이다. 다만 노련한 고령의 투자 고수로 더욱 이름을 떨쳐왔다. 경영권 위기나 워크아웃 등 리스크에 휩싸인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어서다.

실제 황 회장은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모아텍 주식 54만 주를 사들였다가 1년 만에 2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두고 팔았다. 2011년에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고려개발 지분 14.68%를 취득했다 팔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심지어 황 회장이 운영 중인 삼전도 주식 단기매매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4월 공시된 삼전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전은 두산중공업과 POSCO, 삼성전자 등을 단기매매해 장부가액만 총 109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단기차입금(54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태영건설 투자도 이런 황 회장의 투자법이 발휘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 나온다. 황 회장의 태영건설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황 회장과 윤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면서 이대로면 황 회장이 2대 주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 차익실현을 넘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최근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의 지분 확보 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황 회장이 태영건설 지분을 10%대로 늘릴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을 10% 넘게 보유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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