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우리 몸에도 ‘유산’을 남기자

입력 2024-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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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진행한 UKPDS(United Kingdom Prospective Study)는 당뇨병 치료에서 이정표로 알려진 연구이다. 1977년에 시작되어 2021년에 끝난 연구로 5102명의 2형 당뇨병 환자들을 44년간 추적 관찰하였다. 연구자들은 당뇨병 환자들을 적극적 혈당조절 그룹과, 당시에는 표준치료였던 느슨하게 혈당을 조절한 그룹으로 나누어 먼저 20년간을 추적 관찰하였다.

20년 연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처음 당뇨로 진단되었을 때 절반의 환자들에서 이미 망막병증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었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의 분비 능력도 감소하여 있었다. 또한 적극적으로 혈당을 관리한 그룹에서 당뇨병으로 인한 미세혈관합병증이 감소해 당뇨병에서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주었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그룹 간 치료에 있어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그대로 10년을 더 추적관찰만 했다. 당연히 두 그룹 간에 혈당 차이는 사라졌다. 2007년 9월 30일에 연구는 끝났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두 그룹 간에 혈당의 차이가 없어졌음에도 초기에 엄격하게 혈당을 관리했던 그룹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의 감소 효과는 지속되었고 심근경색과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우리 몸의 세포는 대사를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 안정적으로 혈당을 유지한 기간이 길수록 좋은 방향으로 당 대사를 이끌어 간다. 이것을 레거시 이펙트(Legacy effect), 유산(遺産) 효과라고 부르는데 최근에는 혈당뿐 아니라 혈압이나 고지혈증 치료에서도 잘 조절된 기간이 길수록 그것을 기억해 안정적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유지하는 레거시 이펙트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유산은 자녀들에게만 남기는 게 아니었다. 오늘의 삶이 내 몸에도 유산이 되어 기억으로 쌓인다. 올해는 우리 몸에 좋은 유산을 남기는 목표를 세우면 어떨까?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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