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규제입법 만연…규제영향평가 도입 시급”

입력 2024-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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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10건 중 8~9건 의원발의
규제 남발…별다른 심사 없어
규제영향평가 의무화 해야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경제 현실과 맞지 않고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막기 위해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사전 규제영향 분석과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규제개혁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규제학회와 공동으로 14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국회 규제입법 현황과 입법절차 선진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정부 발의 법안은 국회 제출에 앞서 규제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검토하는 규제영향분석을 거쳐야 하는데, 의원입법은 의원 10명의 찬성만 있으면 법안 제출이 가능하다”며 “규제는 기업 경영과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원입법 규제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와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입법 규모 전반에 대한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제79조4(의안에 대한 규제영향평가자료 등의 제출)를 신설해 중요 규제 입법 시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정착되기 어렵고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사후적으로 행정부를 통해서 규제영향평가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규제의 재검토 시기 규정 △규제가 신설ㆍ강화되고 일정 기간(최소 3년)이 지난 이후 사후영향평가 시행 등 규제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배관표 충남대학교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행정규제기본법상의 규제 신설의 원칙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해서, 이를 구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규제 법정주의의 역설’도 지적했다. 한국은 ‘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규제법정주의 원칙 때문에, 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안 발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의 의정 평가를 발의 법안 수로 평가하는 관행까지 더해져 의원발의 규제가 남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겸임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 이복우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규제 때문에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총계 분석 없이 규제가 입법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입법을 위한 기초 절차로써 규제영향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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