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 유동성의 대홍수 시대

입력 2024-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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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요인 가운데 돈만큼이나 힘 센 것은 없을 것이다. 돈은 통화량, 화폐, 유동성이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돈은 모든 자산을 춤추게 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모든 물건 값과 서비스 가격이 쉽게 오른다. 집값이나 주가, 기름 값, 심지어는 아직 캐내지도 않은 원자재 가격마저 들썩인다. 세계경제와 금융을 이끄는 미국 통화량(총통화)의 GDP 대비 비중을 보면 2008년 50%대에서 팬데믹 기간 중 최고 93%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소폭 안정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실물경제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돈이 불어났다는 뜻이다.

하기야 2008년부터 작년까지 풀린 미국 총통화의 약 40%가 2020년 팬데믹 이후 약 2년이란 짧은 기간에 밀도 있게 풀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시기에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하게 일어난 현상이다. 중앙은행의 이러한 대담한 정책에 뒤질 세라 각국 정부도 가열차게 재정 보따리를 푸는 바람에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유동성의 대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이 많이 풀린 사실 그 자체는 딱히 문제될 게 없다. 경제성장 과정에서의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물경제가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돈이 풀리면 그건 경제 전반에 뭔가 이상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왜곡현상이 자산시장 전반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부작용이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각국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고는 있지만 예전과 같은 초저물가 시대로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여러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폭도 시장의 기대보다는 작을 것이다. 시중 유동성이 두껍게 깔려 있고 증시 등 금융여건도 좋기 때문에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는 더딜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재정지출과 정부부채 급증은(특히 미국) 올해 국채 공급량을 늘려 당분간 금리 안정을 방해할 것이다.

둘째는 시중 이자율 상승과 부채증가가 만나는 올해엔 곳곳에서 부채문제가 골치를 좀 썩일 것이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과 작년 말, G20 국가의 장기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 차감)를 비교해 보면 선진국은 마이너스 1%에서 플러스 1.2%로, 신흥국은 2.5%에서 4.0%로 각각 튀어 올랐다. 그런데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10년 제로금리 시절부터 쉬지 않고 계속 올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실질금리의 상승과 몸집이 불어난 부채 더미는 빚이 많이 쌓여 있는 곳을 집중 타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동산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그 대표적 약한 고리다.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PF) 부채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올해는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져도 이미 급등한 물가는 경기를 팍팍하게 만들고 이와 맞물려 예전보다 높은 금리는 초저금리 시대에 생긴 부채를 괴롭힐 공산이 있다.

셋째는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플러스 영향이다. 유례없는 돈의 풍년과 올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자산시장을 설레게 만드는 조합이다. 올해 경기가 너무 나쁘지만 않다면, 실물로 향할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몰려 들어올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암호화폐 등이 그 대상이다. 글로벌 뭉칫돈들은 일부 업종의 주가를 적극 공략하고 거품을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 증시는 이미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유동성은 결코 무대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한 쪽에서는 부채조정과 구조조정이 일어나므로 실물경기와 자산시장의 온도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즉 실물경기는 점점 식어 가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자산가격이 펄펄 끓어오르는 이상 현상이 올해 자산시장의 주요 특징이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부작용만큼이나 자산시장의 온난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책 나온 강아지(자산가격)는 주인(경기)과 함께 집에 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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