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앞세우는 의협, 끌어안는 정부

입력 2024-02-15 14:27 수정 2024-02-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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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 시 수술실·응급실 차질…의협, 4년 전처럼 전공의 '연대 투쟁' 추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2020년 집단행동 당시에도 실질적으로 투쟁을 주도한 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었다.

15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는 이날까지 지역별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17일 회의에서 향후 투쟁 방안을 정할 예정이다. 비대위 안팎에선 총파업 등 강경 대응 목소리가 나온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체적인 총파업 시점까지 제시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을 고려해 2월 하순 투쟁을 벌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비대위 차원에선 총파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의협은 2020년 8월 총 나흘에 걸쳐 총파업(집단휴진)을 벌였다. 1차 파업일인 13일에는 의원급 휴진율이 31.3%에 달했으나, 2차 파업 개시일인 26일 이후에는 휴진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파업 의료기관 명단이 돌고, 이것이 불매운동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2차 파업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휴진율이 6.5%까지 떨어졌다. 파업 참여가 환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된 상황에 의협이 단독으로 총파업을 단행한다고 해도 참여율과 영향력을 장담하기 어렵다.

의협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참여에 공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태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이 비상체제로 돌입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뜻한다”며 “강력한 뜻을 표명할 것이라 보고 전공의들과 같은 뜻으로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수면 위에 보이진 않더라도 이미 전공의 단체 행동이 시작됐다”며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선 전공의 집단 사퇴가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의협 지도부가 나서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정황상 의협의 집단행동 수위는 전공의들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독으로 총파업을 벌이는 건 효과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위험 부담이 커서다.

정부는 의협이 전공의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실제로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제출된 경우는 없었다. 가짜뉴스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행동은 지금도 묵묵히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대부분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의협과 달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파급력이 크다.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30~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공의 파업은 곧 수술, 응급진료 차질로 이어진다. 2020년 의대 증원 무산을 이끈 것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였다. 당시 전공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정점이던 9월 2~3일 85.4%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업 동력과 협상력이 떨어진 의협은 2차 총파업 이후 공의와 의대생들을 투쟁의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9·4 의·정 합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SNS에 전공의 사직과 대전협 회장 사직 의사를 전하며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의 결정이 대전협이나 다른 전공의들에게 미칠 영향은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는 전공의 달래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박 차관은 박 회장에게 “뜻을 되돌리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차원에선 하반기부터 연속근무 제도 개선 시범사업 모델을 추진한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에게도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전공의와 병원계 등이 참여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니,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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