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왕’ 엔비디아, 종가 기준 시총 3위 등극…알파벳 눌러 [AI가 바꾼 富 지도]

아마존 이어 알파벳도 추월
시총 2조 달러 클럽 가입도 눈앞
다음 주 호실적 예상…목표주가↑
서학개미도 엔비디아 쓸어담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을 제치고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 3위에 등극했다.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2.46% 급등한 73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종가 기준으로 1조8253억 달러(약 2433조 원)에 달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 시총 3위에 올랐다. 알파벳은 이날 주가가 0.55% 상승했지만, 시총은 1조8145억 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2002년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마존 시총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알파벳까지 추월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고가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면서 생성형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주가 역시 지난해부터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한 해 주가가 3배 이상 뛴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49% 나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머지않아 시총 2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금보다 9~10% 정도 더 오르면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전 세계 시총 3위인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조1000억 달러)와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파죽지세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음 주 발표되는 실적이 월가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전망하면서 최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서스케하나그룹의 크리스토퍼 롤랜드 애널리스트는 이날 “강력한 분기 실적과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기대한다”며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625달러에서 850달러로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AI 랠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이크 달러하이드 롱보우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은 엔비디아를 ‘AI의 왕’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투자자 기대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면 시간 외 거래에서 20~30%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서학개미(주로 서구권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의 사랑도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 중인 엔비디아 주식 평가액은 66억3578만 달러로 테슬라(105억5066만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부동의 2위였던 애플(46억2644만 달러)은 3위로 추락했다.

서학개미들의 엔비디아 순매수세도 매섭다. 올해 초부터 14일까지 순매수 결제액은 2억3128만 달러로, 테슬라(6억2926만 달러)와 MS(4억445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 중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의지가 강하고 경쟁사의 AI 칩 신제품 출시 등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라면서도 “AI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견고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