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오던 지하 교통, GTX세상이 다가온다
20세기 당시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꿈꿔오던 세상이 있다. 바로 지하를 도시로 탈바꿈해 사용하는 세상이다. 통풍과 일조가 도시 형성의 중요요소가 되는 한 지하에 도시가 만들어질 순 없겠지만 지하세상을 교통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다.
19세기 말 런던에서 이미 지하철이 만들어진 데 이어 각국이 지하철을 개통해왔으며, 20세기 말엽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해저(海底)터널을 통해 연결하고, 우리나라도 지하철 분당선 연장구간의 한강 구간을 하저(河底)터널로 연결하는 등 지하를 교통로로 활용하는 세상은 이미 활짝 열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용해왔던 지하 교통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하 50m 밑에 터널을 뚫어 철도와 도로로 사용하는 방안이 이제 현실화 되는데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지하 50m 밑을 시속 100㎞로 달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일명 ‘대심도(大深度) 철도’를 건설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경기도가 ‘GTX(Great Train eXpress)’라 명명하고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인천시도 동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현실화가 가능한 교통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하 50m'를 탐내는 것은 무엇보다 고속 주행 목표를 달성하기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존 지하철은 역 간격이 짧은 데다(통상 1㎞마다 설치), 도로 교통망과의 연계나 보상비 절감을 고려해 기존 도로 밑을 달린다. 그런 만큼 굴곡이 심한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속도를 50㎞ 이상 내기 힘들다.
하지만 대심도 철도는 시속 60~100㎞의 속도를 내야 제구실을 한다. 노선의 굴곡을 줄여야 가능한 속도다. 역과 역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한다.
지하 50m 공간은 이런 요건을 갖춘 일직선 터널을 뚫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기존 지하철 일부 구간과 통신구와 전력구로 쓰이는 소형 터널을 만나지만 깊이를 조절하거나 우회하면 피해 갈 수 있다. 지하 50m 공간은 발달된 터널 굴착 기술이 개척한 신천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주도하는 GTX 개발을 놓고 건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 사업을 최초 제안한 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계획대로 경기도 GTX 개발을 주도할 경우 건설업계 순위 재편은 물론, 전 세계적인 국내 건설업계 위상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다. 부동산시장도 GTX에 따른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수도권 외곽도시의 경우 인구밀도가 낮아 신안산선, 여주이천선 등 주요 철도의 지상구간 조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지상구간 철도 개통 지역의 부동산 시장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