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우주공간 선점’ 경쟁 치열
미래 국가전략의 축…적극 대응을
세계 각국의 우주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주공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경쟁으로부터 현재는 미국과 중국의 우주전략 경쟁에 이어 우주의 상업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우주상업 당사자들은 초대형 군집위성, 우주궤도 내에서의 서비스 임무(위성의 수리, 정비 및 연료 재공급 등), 상업용 우주정거장, 자원획득을 위한 달 및 행성탐사, 달과 화성의 식민지 개발과 같은 계획을 통해 우주를 점유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미국, 중국, 유럽 및 인도 등은 우주탐사의 전략적 핵심지역인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e Point)’를 선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우주공간에서 위성이 지구와 달의 중력에 의해 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지점이다. 이는 지정학적 경쟁이 지구 영토를 넘어 우주로 확대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우주 지정학의 영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도 관측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위성통신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위성 네트워크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사이버 공격은 우주궤도에 있는 위성이 아닌 지구상의 지상시스템에 제한하여 아직 우주궤도는 무기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에 의한 위성파괴시험, 기생위성에 의한 상대 위성의 기능 무력화 등과 같은 우주 무기화는 거의 문턱에 와 있다. 지정학적 안보 측면에서 우주는 새로운 갈등의 영역이 되고 있다.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는 계속 증가일로에 있다. 미국, 중국 및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 일본 등도 더욱 성공적인 우주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주는 더 혼잡해지고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증가로 인해 미래의 우주는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
미래에 세계 주요 국가는 경쟁력을 높이고 우주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우주활동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자국의 이익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우주활동에 대한 법률과 규범을 제정한다. 둘째, 우주궤도에 지속적인 거주를 위한 우주정거장 건설과 유지 및 달과 행성탐사를 수행한다. 셋째, 우주상업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응용서비스사업에 투자한다. 넷째, 우주대응능력과 사이버공격 도구를 개발하여 적의 군사적 활용에 맞서는 우주능력을 개발한다.
이러한 각국의 우주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를 위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새로운 거버넌스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첫 번째, 우주활동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우주교통관리 규칙을 제정하는 글로벌 협력에 동의해야 한다. 두 번째, 우주에서 허용되는 활동에 대해 국가 간 상이한 의견을 갖더라도 우주에서의 군비통제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우주 쓰레기를 생성하는 위성요격무기시험을 자제하는 데 모든 국가가 동의해야 한다.
특히 지정학적 안보 측면에서 우주는 새로운 갈등의 영역이 되고 있다. 우주의 지정학적 현안은 지구의 지정학적 긴장과 파생 효과에 의해 생성된다. 우주는 성역이 될 수 없고 우주에 배치된 자산은 항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우주역량 강화로 인해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우주대응능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과 연계되어 지구상의 갈등이 우주궤도까지 확장되거나 우주궤도에서의 오인된 활동이 지구상에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2021년 11월 러시아는 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수명이 다된 기상위성에 대한 요격을 통해 ASAT(안티위성) 파괴시험을 단행했다. 당시 1500개 이상의 추적이 가능한 우주파편이 생성되었다. 이는 앞으로 수년 동안 우주정거장, 운용 중인 위성 및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같은 안전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이는 포괄적인 우주상황인식(SSA)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한국은 우주개발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이상이 흘렀지만 글로벌 우주 지정학적 측면의 우주전략은 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주 지정학에 대한 인식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우주전략은 국방, 안보, 산업, 경제, 외교, 우주탐사 등의 측면에서 미래 국가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체계 구축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