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구업계의 실적을 견인한 B2B(기업 간 거래)가 올해를 비롯해 당분간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작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드는 데다 내년 입주물량 역시 1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공급가뭄으로 인한 가구업계 B2B 사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한샘의 B2B 가구(특판 및 자재판매) 매출은 1428억 원으로 전년(1264억 원) 대비 17.4% 늘었다.
작년 전체로 보면 B2B 매출은 5413억 원으로 전년(4579억 원) 대비 18.2% 늘었다. 이 중 자재판매는 1829억 원에서 1315억 원으로 30% 가까이 줄어든 반면 특판 가구 부문은 2750억 원에서 4098억 원으로 무려 49% 확대됐다. 특판은 신규 분양 아파트 건설현장에 주방가구와 수납 가구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매출이 1조1201억 원으로 전년(1조2723억 원) 대비 12% 감소한 사이 B2B 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한샘의 전체 매출이 1조9669억 원으로 전년(약 2조 원) 대비 1.7% 감소한 가운데 B2B 매출 규모는 늘면서 매출 비중이 22.8%에서 27.5% 확대됐다. 사실상 B2B가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리바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B2B 가구 매출은 5133억 원으로 전년(3812억 원) 대비 34.6% 커졌다. 빌트인이 43.5% 확대됐고, 오피스 가구 역시 16.2% 증가했다. 이 중 오피스가구 매출은 2022년에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월평균 20%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B2B 실적이 가구업계 실적 하방압력을 떠받친 것은 지난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6만5953가구로 파악된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처럼 B2B가 실적을 받쳐주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총 33만1729가구로 작년 대비 9%(3만4224가구)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감소물량 대부분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다. 지난해 3만 가구 넘게 입주물량이 풀려던 서울은 올해 1만1000가구 수준으로 물량이 반 토막 날 전망이다. 또 △인천 4만4567가구→2만7016가구 △대구 3만4784가구→2만3457가구 △부산 2만5285가구→1만4660가구로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의 입주물량은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물량이어서 사업 지연 가능성, 조합원 입주물량 변동 등의 변수로 실제 공급량은 더 적을 수 있다.
일각에선 올해 입주물량 감소가 앞으로 3~4년간의 입주 가뭄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B2C 업황이 부진했던 반면 입주물량이 많았던 덕에 B2B가 이를 보완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입주 물량이 다시 줄어 관련 부문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B2B 부문은 B2C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아 가구업계가 안정적인 실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주택 거래시장이 회복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