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소개해주고 산재보상금 30% 수수료로…노무법인이 '브로커'

입력 2024-02-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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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 발표

(이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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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자 A 씨는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다. 병원이 멀어 “왜 그렇게 멀리 가냐”고 물으니 노무법인은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답했다. 노무법인은 법인 차량으로 A 씨를 병원까지 데려다줬으며, 진단·검사비도 대신 지급했다. 이후 A 씨는 소음성 난청 승인으로 약 4800만 원을 받아 3분의 1 가까이 수임료로 노무법인 계좌로 입금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국정감사와 언론에서 제기된 산재 카르텔 및 부정수급 의혹을 조사하고, 이를 일으키는 제도상 문제점 등 산재보험제도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올해엔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노무법인을 점검했다.

노무법인을 점검한 결과,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목적으로 산재 환자에게 특정 병원을 소개하고 진단비용 등 편의를 제공 후 과도한 수임료를 수수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한 환자는 산재보상금 약 4800만 원 중 수임료로 1500만 원을 노무법인에 지급했다. 일부 노무법인은 이런 방식으로 연간 100여 건의 사건을 수임하고, 보상금의 최대 30%를 수임료로 받았다. 산재 관련 상담·신청을 변호사·노무사가 아닌 사무장이 수행한 사례도 파악됐다. 이에 고용부는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부정수급 조사에선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인지한 883건 중에선 절반이 넘는 486건이 부정수급 사례로 확인됐다. 적발액은 총 113억2500만 원이다. 이 장관은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이며,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900여 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외에도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전담부서를 확대 개편하는 등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도적 문제점도 다수 파악했다. ‘질병 추정의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 미비로 현장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음성 난청’은 소멸시효가 사실상 없는 데 더해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가 고려되지 않아 과도한 보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로,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이 9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청 건수와 보상액도 2017년 대비 각각 6.4배, 5.2배 늘었다.

적기 치료 후 직장 복귀라는 산재보험 목적과 달리 장기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요양 절차상 문제도 확인됐다. 이 장관은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가 전체 요양환자의 절반 수준인 약 48% 수준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된다”며 “장기요양환자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 재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 장관은 재정·조직 등 인프라의 문제로 기금 적립방식·규모의 적정성, 보상 여부의 적정성, 공단·병원 조직 운영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장관은 “대다수의 근로복지공단 임직원과 노무사들은 산업현장 최일선에서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제도의 허점 등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므로 그대로 내버려 두면 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져 미래세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감사 지적사항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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