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관, 68% 지각해도 성실성 최고 등급…외교부, 기준 마련해야"

입력 2024-0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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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평가 최고 등급 100% 육박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시장개척이나 투자유치 등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외교부에서 선발·파견하는 주재관이 근무일 중 68%를 지각했음에도 성실성 등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등 전반적으로 관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재외공관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재외공관 주재관이 주재국 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등 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업무를 어느 정도로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분석·점검하기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외교부는 주재국 시장개척 및 투자유치 등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들을 주재관으로 재외공관에 선발·배치하고 있다.

감사원이 2022년 상·하반기 주일본대사관 등 14개 공관 소속 주재관 67명에 대한 평가 실태를 확인한 결과, 8개 평가 항목별로 최고 등급인 E 또는 차상위 등급인 S를 받은 주재관의 비율이 상반기 61~66명, 하반기 64~66명으로 100%에 육박했다. 반면, 1개 평가항목이라도 최하 등급인 C 또는 차하위 등급인 B를 받은 주재관은 상반기 1명(1.5%)에 불과했고, 하반기에는 전혀 없는 등 전반적으로 재외공관에서 소속 주재관들에게 높은 평가등급을 부여하고 있어 본래 소속 부처가 평가 결과를 향후 인사관리에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주뉴욕총영사관 총영사는 2022년 하반기 근무실태평가 작성 당시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재관들의 업무실적을 잘 모른다는 사유로 주재관 정기활동보고 실적을 확인하지 않은 채 주재관 6명 모두에게 만점을 부여했다. 주일본대사관 관세관 A 씨의 경우, 감사일 기준 직전 1년간 출근기록이 확인된 근무일 218일 중 150일(68.8%)을 지각하고, 발송 전문 117건 중 108건이 통상 업무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실적이 없는데도 2022년 성실성 등 전 항목에서 최고·차상위 등급인 E·S 등급을 받았다.

또한, 주재관별로 임무 수행 편차가 크고, 활동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재관은 재외공관 보고규정 제17조에 따라 반기마다 전문 발송, 주요 인사 접촉, 기업 민원해소 등의 항목이 담긴 정기활동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주재국 관료 등을 통한 비공개 정보 입수 및 공유는 '적극적·핵심 업무'로, 주재국의 공개된 정부 보고서, 언론보도 등 요약·번역은 '통상 업무'로 분류해 업무 수행 실태를 분석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문발송 활동 중 적극적·핵심 업무의 비중은 2022년 상·하반기 각각 46.8%, 48.9%였고, 통상 업무 비중은 각각 53.2%, 51.1% 수준이었다. 다만, 개인별로 보면 2022년 상반기 주일본대사관 관세관 등 4명의 주재관은 통상 업무 비중이 90%가 넘는 반면, 같은 기간 주뉴욕총영사관 국세관 등 2명은 통상 업무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등 편차가 존재했다.

주일본대사관 관세관 A 씨가 2022년 발송한 전문 117건 중 108건(92.3%)은 한국-일본 정부간 협약에 따라 제공하기로 돼 있는 동향 보고서를 그대로 전달하거나 단순 요약한 전문으로, 주재국 현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민원 대응 활동에서도 A 씨가 수행한 국민·기업 지원 활동 총 14건 중 12건은 유선·온라인 등을 통한 단순 정보제공 또는 다른 기관으로 민원을 이첩한 사항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주요 인사 접촉 결과가 주요인사접촉관리시스템 등에 체계적으로 기록·관리되고 있지 않아 접촉의 진위와 성과 확인이 곤란했고, 기업민원 해소 활동과 관련해서도 2022년 상반기 재경관 등 일부는 적극적·핵심 활동이 전혀 없는 반면, 일부는 40건 이상인 등 편차가 존재했다.

관련 주재관이 중요물품 관련 현지 규제에 대해 신속히 보고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주중국대사관 관세관은 2021년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전 상품검사 의무화 규제 공고를 확인하고도 관련 부처에 전문으로 보고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요소 수출제한 조치 관련 민원을 주상하이총영사관에 제기한 이후에야 외교부 등에 보고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주재관의 업무수행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주요 인사 접촉 기록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고 주재관 업무실적을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 평가 항목을 신설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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