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산업 기지개는 펴는데…'중박' 영화가 없다

입력 2024-02-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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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2022년 대비 극장 매출액 8.7%↑ㆍ관객 수 10.9%↑
극장 산업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중박 영화' 없는 점 한계
"확실한 장르로서 코어 타켓이 분명한 작품들 발굴해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관람할 영화를 살펴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관람할 영화를 살펴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지난해 극장 매출액이 2년 연속 1조 원을 넘는 등 활기를 되찾았지만 팬데믹 이전의 60%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무너진 극장 산업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한국영화의 허리를 지탱할 '중박' 영화가 없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내세우는 영화를 기획해 까다로워진 관객들을 유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의 주요 부문별 시장 동향을 집계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26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전체 관객 수는 1억251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서울의 봄', '범죄도시3' 등 두 편의 천만 영화 탄생과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더 퍼스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유례 없는 흥행으로 2023년 전체 매출액과 관객 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2년 연속 연 매출액 1조 원을 웃돌았으며 연 관객 수 역시 2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023년 전체 매출액은 2019년의 65.9%, 전체 관객 수는 2019년의 55.2%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영화계 관계자는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나머지 한국영화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영화관 산업이 발전하려면 누적관객수 500만 명 전후의 중박 영화들이 많이 나와줘야 하는데 그런 영화들이 없다"라며 "영화 흥행 역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관객, 달라진 극장

이런 와중에 한국 영화 특수 상영 매출액은 1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9%(52억 원) 증가했다. 관객 수는 역시 1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3%(21만 명) 늘었다. 임영웅, 아이유, BTS 등을 내세워 IMAX와 ScreenX가 주를 이루는 콘서트 실황 영화가 흥행하면서다. 지난해 한국 영화 전체 특수 상영 매출액과 관객 수가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달라진 관객들의 수요와 관련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기간 OTT 산업이 발전하고, 티켓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이제 관객들은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극장을 찾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규모가 작더라도 확실한 장르로서 코어 타켓이 분명한 작품들을 발굴하려는 산업의 투자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정책 자금이 적극적으로 투자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펀드 조성을 통해 민간의 결합 투자를 유도해 산업을 부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2023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감소한 102억 원이었고, 관객 수는 8.6% 감소한 114만 명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관객 수 모두 전년보다 평균 7.5% 이상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을 살펴보면, '다음 소희', '너와 나', '괴인', '비밀의 언덕' 등이 비평적으로 큰 성취를 이루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영화계 관계자는 "독립영화 산업이 침체한다면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은 나올 수 없다"라며 "향후 한국영화 산업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신진 영화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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