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동생 밥 빨리 챙기려다가”…자전거 절도 자수한 고교생 사연

입력 2024-02-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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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서울 시내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여섯 동생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자전거를 훔친 고등학생의 속사정이 전해졌다. 경찰은 7남매의 맏이인 이 학생을 행정기관에 연계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고등학생 A 군은 경기 오산경찰서 지구대를 찾아 자신이 자전거를 훔쳤다고 고백했다. 이틀 전인 18일 지구대 인근에서 “누군가 내 자전거를 훔쳐 갔다”는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가던 도중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대에 잠금장치 없이 세워져 있던 자전거 한 대를 타고 갔다.

A 군은 자전거를 절도한 이유에 대해 “평소 친구가 타던 자전거와 비슷하게 생겨 친구의 자전거로 착각했다”며 “잠시 빌려 타려고 한 것인데, 뒤늦게 다른 사람의 자전거라는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일을 끝내고 귀가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 빨리 여섯 동생의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서두르느라”라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 스스로 지구대에 찾아온 A 군은 자전거를 주인에게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의 사연을 접한 지구대는 사건을 상급 기관인 오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이관했다. 담당 경찰은 A 군 진술에 따른 가정 형편에 주목했다.

A 군은 6남 1녀의 다자녀 가정의 장남으로, 부친은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모친은 심부전과 폐질환 등으로 투병 중이었다. A 군이 중학생·초등학생·유치원생·생후 7개월 된 젖먹이 등 6명의 동생을 사실상 도맡아 돌봤다고 한다. 부모까지 합쳐 총 9명의 가족이 사는 곳은 14평짜리 국민임대아파트로, 주거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그러나 A 군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 등 취약계층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보유 등 차상위계층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A 군 부친에 따르면 다자녀 가정인 데다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잦아 차량이 꼭 필요했다.

이에 경찰은 A 군 가족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판단, 가정 방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가정 상황을 조사했다.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 관계자들과 합동으로 A 군의 보호자를 면담하고,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면서 심리상담도 진행했다.

그 결과 오산시·오산경찰서·주민센터·청소년센터·보건소 등 7개 기관은 6일 통합 회의를 열어 A 군 가정에 여러 복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우선 생활지원으로는 긴급복지지원(3개월간 320만 원씩), 가정후원물품(이불·라면 등), 급식비(30만 원), 주거환경개선(주거지 소독), 자녀 의료비(30만 원), 안경구입비(10만 원) 등을 제공했다. 교육지원으로는 초·중등 자녀 3명에 대한 방과후 돌봄 제공, 중학생 자녀 대상 운동프로그램 제공 및 진로 상담을 진행했다. 주거지원으로는 기존 주택 매입임대제도(최대 8년 임대)를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경찰은 A 군의 절도 사건에 대해선 지난달 11일 선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즉결심판 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A군에게 벌금 1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 벌금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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