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자발적 가치 제고 노력·주주가치 존중 통해 증시 도약 노린다[K-밸류업]②

입력 2024-02-26 14:28 수정 2024-02-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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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출처=기업 밸류업 세미나 발표자료)
▲코리아 디스카운트 (출처=기업 밸류업 세미나 발표자료)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방안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장사는 매년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개선 성과가 뛰어난 명품 기업(상장사)을 모아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드는 게 골자다. 상장사가 스스로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 기업가치를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실천해 투자자들과 동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본 등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에 나서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은 과제로 추진된다. 상법 개정도 장기 과제로 추진된다. 일부 대주주의 기업 사유화로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나 권리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강제 아닌 기업 자율에 맡겼다.”

정부가 26일 우리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존중을 통해 한국 증시를 도약하겠단 포부를 내비쳤다.

다만 이번 프로그램은 강제성(페널티)이 없이 기업들의 자율성에 맡기면서 일각에선 전문가들이 우려한 중장기적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국내 증시는 그동안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대비 저평가를 받았다. 당국에 따르면,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558조 원으로 주요국 13위, 상장기업 수는 2558개로 주요국 7위를 기록했지만, 상장사들의 순 자산 또는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주요국 대비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작년 말 기준 1.05배이며, 10년 평균 1.04배로 집계됐다. PBR이 1배 수준이라는 것은 장부상 가치만큼만 회사의 시장가치(주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4.55배) 등 선진국 평균(3.10배)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일 뿐 아니라 대만(2.41배), 인도(3.73배) 등 신흥국 평균(1.61배)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최근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도 14.16배로 주요국과 비교 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강제성을 부여하기보단 자발적 ‘밸류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은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들이 주가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자율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이행하고 투자자와 소통하는 기업 문화 확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종합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기업가치 우수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상장시켜 주주가치 존중 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연기금 등 이른바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 행동 지침)에도 기업가치 제고 노력 점검을 반영한다.

최상목 부총리, “상법개전, 세제 지원 준비한 것부터 발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정 지원 인센티브가 담겼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의 충실도, 목표 설정의 적절성,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평가해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지만, 세제지원 방안도 추진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중점 과제로 삼아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추가적인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하겠다”면서 “세제지원 방안은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금투세는 폐지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작년 0.20%로 낮춰진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될 전망이다.

상법 개정도 추진된다.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하는 등의 법 개정이 추진 돼야 한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자사주 제도 개선(매입·소각) 목소리도 있다. 올해 금융당국은 상장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장기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품고 있다. 중장기적 전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많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날 정부 발표에선 기업들이 관심 가질만한 세제 정책 등이 나오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한 요소도 부족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표 전 언론에 나왔던 내용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면서 “중장기적 목표로 나와야 할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율성을 기댄 정책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율에 맡겨지는 권고 형태의 경우 차익 매물 출회 우려가 있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로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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