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이내 혈족, 6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된 근친혼 관련 법률 완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가 가족 간 혼인을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헌법재판소가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라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무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에선 “혼인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라는 제언이 나왔다.
이 같은 논의는 2016년 미국에서 귀국한 A 씨와 B 씨의 혼인신고를 통해 시작됐다. B 씨가 자신이 A 씨와 6촌 관계라고 주장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혼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 씨가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에서는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제한하는 민법 809조 1항에 대해서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조항을 어기고 한 결혼을 무효로 보는 809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처음부터 가족 관계인 것을 알고 결혼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면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처럼 법무부가 수십 년간 유지돼온 근친혼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고자 한 건 급격한 사회인식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과거에는 여러 세대의 가족이 모여 살며 친척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핵가족화로 4촌 이상의 친척과의 만남이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해외에서는 근친혼을 법으로 강하게 제한하지 않고 있는 점도 거론됐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인척간 혼인을 금지하지 않으며, 일본·중국·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은 다소 제한이 있지만 대부분 3~4촌 이내나 방계혈족 등 범위가 좁다.
다만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진 근친혼 기준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하다. 고유문화와 도덕관념에 기초한 해당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박도 거센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