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기업 일자리 비중 OECD 꼴찌…기업 커야 양질 일자리↑"

입력 2024-02-27 12:00 수정 2024-02-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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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中企 지원책 대기업 도약 저해…기업 규모화 정책 주문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원인은 대학 입시 경쟁 과열 등에서 주로 기인하지만 대기업으로의 성장이 아닌 중소기업에 머무르게 만드는 정부 정책 영향도 적지 않은 만큼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14%,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18%에 불과했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46%,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31%에 달했다.

대개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보다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한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 중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와 달리 현실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대기업 일자리가 아닌 중소기업 일자리인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2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OECD는 300인이 아닌 25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한다.

독일(41%),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 등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비중이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22년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하다.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300인 이상 대비 71%에 그친다.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등에서도 대기업 근로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소규모 기업근로자는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임금 등 처우 격차는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에 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기업 일자리로 대변되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입시 경쟁의 과열과 사회적 이동성의 저하, 출산율 하락과 여성 고용률 정체, 수도권 집중 심화 등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KDI는 분석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정부 지원 정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중소기업 중에서도 생산성 낮은 기업이 도태돼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내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과도한 정책지원은 이러한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도 기업 규모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대기업 일수록 노동조합의 결성이 쉬운데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기업이 규모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DI는 사업체 규모가 커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 규모화가 원활히 진행될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정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해당 정책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혹시 기업의 규모화를 저해하고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수정ㆍ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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