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 핵무기'…터지면 어떤 일 벌어지나

입력 2024-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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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보다 ‘핵 전자기파(EMP)’ 위협
CNN “상상 초월한 에너지파 무기”
광범위 위성 활용 시대에선 대재앙
러시아 이어 북한 뒤따를 우려 제기

미국 정보당국이 “올해 안에 러시아가 핵무기 또는 모의 탄두를 우주에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주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달 20일 블룸버그통신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해 인공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 진전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해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만큼 파장이 클 것”이라며 “이제 핵 보유가 아닌, 강대국을 중심으로 우주 핵무기 배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미국이 주장한 우주 핵무기에 대해 "전혀 불가능하다"며 부인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미국이 주장한 우주 핵무기에 대해 "전혀 불가능하다"며 부인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인류 역사상 핵무기의 사용은 단 두 차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였다. 당시 미국은 핵무기 사용 6개월 전부터 일본 본토 67개 도시를 상대로 사상 최대규모의 공습을 단행했다. 이를 앞세워 ‘포츠담 선언’에서는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다.

무차별 공습에도 일본은 별다른 반응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핵무기 피폭 이후 갑작스러운 혼돈에 빠졌고, 두 번째 핵 공격 직후에는 “조건 없는 항복”을 선언했다. 그만큼 핵무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아무르(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아무르(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핵 폭발보다 전자기파 위협

러시아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우주 핵무기(Space Nuclear)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여느 고폭탄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우주선이 다른 우주선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고, 이를 맞은 표적이 폭발하는 장면은 SF영화에서 가능하다.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연소 조건이 부합하지 않아 폭발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물리적인 파괴 또는 분쇄가 일어난다. 레이저 무기를 사용한다 해도 폭발 대신 ‘녹아내림(Melting)’ 정도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주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표적을 겨냥해 미사일 또는 로켓을 발사하는 게 아닌, 사실상 ‘자폭’ 개념에 가깝다.

CNN은 “러시아가 우주에서 핵무기를 활용하면 폭발보다 폭발로 인한 ‘핵 전자기파(EMP)’가 무기다”라며 “엄청난 전자기파가 주변 또는 광범위한 영역의 인공위성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무기는 폭발 때 엄청난 에너지파가 순간적으로 발산된다. 이 에너지파가 7000개가 넘는 지구 주변의 인공위성의 상당수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위협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다”라면서도 “다만 러시아가 개발 중인 우주 무기는 '대(對)위성 역량'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무기가 사용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일상생활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임대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로켓이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바이코노루(러시아)/AP연합뉴스
▲러시아가 임대한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로켓이 발사대로 옮겨지고 있다. 바이코노루(러시아)/AP연합뉴스

통신 마비…인공위성 수천 개 쏟아질 수도

실제로 우주 핵무기의 위력은 증명된 바 없다. 인위적인 우주 핵폭발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상업위성과 통신위성, 위성항법시스템(GPS)의 마비를 근거로 피해 규모는 예측해볼 수 있다.

당장 통신부터 마비된다. 당연히 주식을 포함한 금융거래 네트워크도 붕괴한다. 운전자들이 매일 접하는 GPS도 무용지물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통신과 GPS 마비는 곧 '교통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위성이 마비되면 수천 개의 위성이 지구로 추락하거나 우주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

인공위성은 높이에 따라 저ㆍ중ㆍ고궤도 위성, 또는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뉜다. 지구 주변의 인공위성이 땅으로 떨어지거나 우주 밖으로 날아가 버리지 않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초속 8km 안팎으로 날아가야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인공위성의 수명이 다했거나 고장이 나서 폐기할 경우 궤도를 이탈시키면 된다. 다만 수천 개의 인공위성이 땅으로 떨어진다면, 대기권에서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위성이 있다면 불특정 지역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의 항공 공장 활주로에서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을 탑승하기 전 항공복을 입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륙 직전 Tu-160M의 모습과 착륙 이후 푸틴 대통령이 폭격기에서 내리는 장면.  (출처 크렘린궁)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의 항공 공장 활주로에서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을 탑승하기 전 항공복을 입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륙 직전 Tu-160M의 모습과 착륙 이후 푸틴 대통령이 폭격기에서 내리는 장면. (출처 크렘린궁)

러시아 따라 하며 北도 배치 가능성 제기

특정 국가의 위성만 골라서 무력화시키기는, 이른바 ‘표적 공격’은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우주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상대국은 물론 우방국 위성, 나아가 러시아 자국 위성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핵 EMP를 우주에 사용하면 이는 결국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서방 세계는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매치를 두고 '우주 조약' 위반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과 러시아도 서명한 우주 조약(1967년 발효)은 우주에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며 우주를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우주 조약을 위반하며 지구 궤도에 핵무기를 배치하면 북한 등 다른 나라도 뒤따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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