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기술주 다 좋은데…기술 인력 줄해고 이유는

입력 2024-03-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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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기술회사 직원 4만 명 짐싸
생존 문제 아냐…AI 투자 위한 비용 통제
주가 상승에 도움·카피캣 해고 분석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경제와 빅테크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기술 인력의 정리 해고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만 전망치의 두 배 수준인 35만3000개의 비농업 일자리가 창출됐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는 경제가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장기간 충분히 버틸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기술주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투자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주 장중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7대 빅테크 기업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M7,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의 시가총액 규모가 주요 20개국(G20) 각각의 상장 기업 거래소 규모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기술직 근로자들에겐 아직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기술 분야 직원 4만 명 이상이 짐을 싼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산업 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연초부터 24일까지 170개 기업에서 총 4만2457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1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보인다. 런던/AP뉴시스
▲1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보인다. 런던/AP뉴시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기술 기업의 정리해고가 ‘생존’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대규모 감원 이후 탄탄한 실적에도 부문별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고 게임 부문에서 19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구글도 새해 들어 기술·광고 인력 1000명 이상을 해고한 데 이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일자리 100여 개를 없앴다. 아마존도 이달 초 의료·약국 사업 부문에서 수백 명의 인력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기술 기업의 인력 감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AI 투자가 꼽힌다. 기업들은 분기마다 수천 명의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수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AI 기술을 구축하는 데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AI 기술 개발을 위한 반도체와 슈퍼컴퓨터에 계속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려면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인건비를 통제해야 AI에 대한 장기적이고 야심 찬 비전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기업의 정리 해고가 투자자 만족을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해고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이 계속해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프 슐만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기술업계에는 군집 효과가 있다”며 “해고가 주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으니 회사들은 멈출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레이오프 창업자인 로저 리도 “비용 억제에 나선 기술 기업들이 월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며 “이는 다른 기술 회사에도 비용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인사관리(HR) 전문가인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산업의 정리해고가 전염성이 있다고 보고, 한 업계의 기업들이 서로의 직원 해고를 모방하는 현상을 ‘카피캣 해고’라고 불렀다. 한 빅테크 기업이 직원을 감축하면 경쟁 회사의 이사회가 왜 우리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의문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페퍼 교수는 “기술 업계의 해고는 기업이 다른 회사의 행위를 모방하는 사회적 전염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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