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혈액제제 제품인 면역글로불린(IGIV) ‘알리글로(ALYGLO)’의 미국 시장 내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리글로는 올해 하반기 GC녹십자의 자회사 GC Biopharma USA를 통해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GC녹십자는 27일 오창공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대 IGIV 시장인 미국 진출 전략을 공개했다.
박형준 오창공장 공장장은 “알리글로는 원발성 면역결핍증을 포함해 200여 개 이상의 증상에 폭넓게 사용된다. 비록 미국 시장 후발주자지만,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도입해 혈전색전증 발생의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한다. 미국 시장에서 불순물로 인해 리콜되거나 퇴출된 사례가 있어 품질 경쟁력으로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GC녹십자는 올해 5000만 달러(약 666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8년 3억 달러(약 3997억 원)의 매출 달성이 목표다. 미국 내 알리글로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1월부터 미국 내 주요 전문약국(Specialty Pharmacy) 유통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3월부터는 주요 학회에 참가해 홍보를 진행하고 7월 주요 보험사 처방집(formulary) 등재와 함께 알리글로를 본격 론칭할 계획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IGIV 시장으로 2022년 85억 달러(약 11조3262억 원)에서 2030년 131억 달러(약 17조4557억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최대 시장이면서 가격도 높다. 한국과 비교해 6.5배 이상 비싸며,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가격도 점점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우진 GC Biopharma USA 대표(글로벌전략본부장)는 “미국 시장은 아무나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높은 품질심사를 통과한 제품만 공급할 수 있는 특별한 시장”이라며 “전문약국 중심 고마진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 전문약국 채널은 많은 영업 인력이 필요없으면서도 성분명 처방 비율이 높아 신규 진입에 유리하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알리글로를 생산하는 GC녹십자 오창공장은 지난해 4월 FDA로부터 혈액제제 생산시설 실사를 통과해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을 충족하는 cGMP 생산시설로 거듭났다. 지난해 ‘통합완제관(W&FF)’이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 평가(PQ) 인증을 취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인증받고 있다.
GC녹십자는 오창공장의 주요 사업인 △혈액제제 △유전자재조합제제 △위탁생산(CMO) 등을 통해 2030년까지 1조 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오창공장에서는 IGIV를 비롯한 혈액제제, 유전자재조합방식의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GC녹십자의 주요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30만 리터(ℓ)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혈장처리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 32개국에 혈액제제를 수출하고 있다.
오창공장에 혈장이 들어오면 바코드시스템을 활용해 접수내역, 용량, 선적번호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컨베이어로 자동 이동된다. 팔레트에 적재돼 자동화 창고로 이동하고 본격적인 생산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고 바이러스 불활화·제거 공정을 거쳐 제품의 안전성을 더 높인다. 작업실의 온도는 영하 15도 이하로 맞춰져 있으며, 실온에 노출되는 시간도 30분 이하로 제한된다. 원자재가 들어오고 한 달간의 과정을 거쳐 제품으로 완성된다.
‘스마트공장’으로의 변모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박형준 공장장은 “FDA에서 2년 간격으로 실사를 나오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기 어렵다.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웅 GC녹십자 QM 실장은 “일부 기능은 이미 자동화가 완료됐다. 2~3년 내 완전 자동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2015년 알리글로와 주성분 함유 농도가 다른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5%’ 허가를 신청했지만, 관련 자료 보완 요청 등으로 허가가 지연됐다. GC 녹십자는 농도 5% 제품보다 시장성이 큰 농도 10% 제품으로 바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2021년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FDA 현장 실사가 미뤄졌고, 지난해 첫 허가 신청 뒤 8년 만에 품목허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