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25년 한 우물 팠다…원천 특허로 글로벌 기업 될 것” [1세대 바이오기업 생존법]

입력 2024-03-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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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3-0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병화 툴젠 대표 “혁신적인 치료제, 환자에 희망 줄 수 있어” [인터뷰]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게비’ 허가 후 기대감↑
2025년 인체 임상 도전 목표…특허 분쟁은 변수

▲이병화 툴젠 대표가 2월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병화 툴젠 대표가 2월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카스게비(Casgevy)’가 세계 최초 유전자가위 치료제로 허가받은 가운데, 국내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이 주목받고 있다. 1999년 설립된 툴젠은 25년 동안 유전자가위 기술 한 우물만 팠다.

이병화 툴젠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유전자가위 기술은 혁신적인 치료제로, 툴젠은 20년 넘게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라며 “현재 진행 중인 특허 분쟁에서 이겨 글로벌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전자가위 치료제는 비정상적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편집해 희귀·난치병 등의 유전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카스게비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술이 적용됐다. 국내에서 크리스퍼-카스9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인 툴젠도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탄생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나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크리스퍼-카스9 기술로 3개 그룹이 분쟁 중인데 특허권을 확보하면 그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우리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어 성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툴젠은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로 희귀 유전성 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비롯해 습성황반변성, B형 혈우병 등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CMT 치료제 ‘TGT-001’이다. 현재 전임상 막바지 단계로, 2025년 인체 임상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CMT는 관련 유전자가 두 가닥이어야 하는데 세 가닥이라 문제가 생기는 병으로, 유전자가위로 잘라 두 가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임상 막바지 단계로, 2025년 인체 임상 진입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시력을 잃는 병인데, 혈관과 관련된 유전자를 편집하는 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혈우병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 유전자를 넣어 치료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병화 툴젠 대표가 2월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병화 툴젠 대표가 2월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툴젠은 3세대인 크리스퍼-카스9 뿐 아니라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 기술까지 보유 중이다. 세대별 기술의 차이는 얼마나 유전자를 정교하고 정확하게 자르는 것이냐다.

이 대표는 “국내서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고, 생산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3세대인 크리스퍼-카스9은 앞선 기술보다 생산이 쉽고 연구자가 다루기도 쉽다. 가격도 효율적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유전자가위 기술 중 가장 우월하다”고 말했다.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에 순항 중인 툴젠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특허 분쟁이다. 카스게비 개발에 적용된 크리스퍼-카스9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브로드연구소(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 CVC그룹(UC버클리대‧비엔나대‧샤르팡티에)과 특허 분쟁 중이다.

현재 진핵세포에 대한 크리스퍼-카스9 기술 특허 관련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이 나란히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소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툴젠은 브로드연구소, CVC그룹과 저촉심사 1단계에서 승리한 상태로 두 그룹 간 승자와 2차 저촉심사에서 맞붙는다. 저촉심사란 동일한 발명을 한 2인의 특허 출원인이 있는 경우 선발자를 가리기 위한 심사다.

이 대표는 “버텍스는 PTAB에서 이긴 브로드연구소와 총 1억 달러(1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5000만 달러(650억 원)는 바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저촉심사에서 이기면 받는 조건으로 예상된다”며 “최종 결과는 브로드연구소와 CVC그룹 중 승리한 팀과 툴젠이 붙어야 나온다. 툴젠은 1차 저촉심사에서 이겼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상용화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유전자가위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결국 희귀난치성 치료제 개발이 앞으로 가능해진다면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가올 유전자가위 치료제 시대에 대비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12년 출원된 크리스퍼-카스9에 대한 특허 분쟁에서 승리해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에 가장 중요한 원천 특허를 보유한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임상에 진입해 능력을 인정받고, 툴젠이 유전자교정에서는 글로벌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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