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노화속도

입력 2024-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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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총동문체육대회 때다. 매년 가을마다 해오다가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하게 됐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갑기도 하고 그동안 몰라보게 변한 모습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60년생, 이제 서서히 노년기로 접어들 나이가 돼서 그런지 예전의 젊었던 기운은 찾기가 힘들었다. 주름살도 늘고, 머리도 하얗고, 어깨도 힘이 빠진 모습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노화의 정도는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예전처럼 팔팔해 보이는 사람, 살짝 늙어 보이는 사람, 5~6살 이상 더 늙어 보이는 사람 등. 왜 그럴까. 사람에게는 노화속도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속도는 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다. 개인별 차이는 세포 속 염색체 끝부분에 있으면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말단소립체에 의해 결정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면 세포들이 오래살고 짧으면 세포들이 빨리 죽는데, 노화는 새로 생기는 세포들보다 죽어 나가는 세포들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다.

그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어떤 것에 의해 결정될까.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노폐물의 일종으로 이것이 많으면 텔로미어가 빨리 짧아진다. 빨리 늙는 것이다. 그럼 어찌해야 활성산소가 적게 나올까. 작은 차, 다시 말해 배기량이 작은 차는 매연이 적게 나오고 배기량이 큰 차는 매연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많이 먹어 몸속에서 대사 작용이 많이 일어나면 활성산소는 당연히 더 많이 나오게 된다. 흡연 음주는 말할 것도 없고,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비만처럼 많이 먹어 생기는 질병에서도 그렇다.

결국 노화의 속도를 늦추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디젤이 휘발유보다 매연이 더 나오듯이 활성산소가 덜 나오는 건강식을 먹어야 한다. 특별한 비법? 좋은 약? 없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활성산소를 줄이고 텔로미어를 길게 만들어 건강하고 오래 사는 방법이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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