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진입 장벽에 답답...대기업 함께 해 시장 키워야”
한국 첫 싱글몰트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도정한 대표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심한 한국은 빠른 위스키 숙성을 유도하는 기후"라며 6일 이처럼 말했다.
도 대표가 운영하는 증류소 쓰리소사이어티스는 2020년 경기 남양주에 문을 연 한국 최초 싱글몰트 증류소다. 스코틀랜드 글렌리벳 출신 앤드류 샌드(Andrew Shand) 마스터 디스틸러를 영입해 세운 업체로, 이 증류소에서는 국내 첫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을 생산하고 있다. 발효부터 숙성까지 전 과정을 한국에서 진행하는 100% 국산 원액으로 만든다. 기존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위스키 대부분은 원액을 해외에서 사와 국내에서 병입하는 방식을 써왔다.
도 대표는 "위스키를 숙성하는 나무(오크)는 더울 때는 팽창해 원액을 빨아들이고 추울 때는 쭈그러들어 뱉는 과정을 반복하며 숙성을 진행한다"며 "위스키 대표 산지인 스코틀랜드는 연중 추운 편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숙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1년 숙성은 스코틀랜드에서는 4~5년 정도 된다고 본다"며 "단순 계산하면 한국 3년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10~12년짜리와 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이런 숙성 과정을 거쳐 지난해 2월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첫 번째 정규 배치(batch·1회분)를 선보였다. 첫 배치가 완판되면서 국내외에서 이목이 쏠렸고, 이에 힘입어 현재 네 번째 배치까지 출시했다.
도 대표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만든 위스키라는 점이 위스키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며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위스키 대회에서 두 번이나 금상을 탈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원은 미국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수출돼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위스키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탓에 선구자인 도 대표의 고민도 적지 않다. 도 대표는 "한국 위스키 산업이 이제 시작이다 보니, 관련 제도나 규제를 이제부터 닦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가장 답답한 점은 수출"이라며 "일부 국가가 수출하려면 몇 년산인지 정부한테 보증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보증을 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방법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굵직한 회사들이 위스키 산업에 더 많이 들어와서 함께 정부와 소통하며 시장을 키워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한국 위스키 시장은 업황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넓은 관점에서는 지속해서 성장 중"이라며 "현재의 위스키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만드는 기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위스키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꿈"이라며 "한국의 술 문화도 위스키와 함께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