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국, 중국 ‘반도체 굴기’ 억제 위해 한국·독일까지 압박

입력 2024-03-07 12:52 수정 2024-03-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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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수출 통제 협정 가입 촉구
“한국과 2월 더 구체적 논의 들어가”
독일 칼자이스 부품 대중 수출 철회 요청
일본·네덜란드에는 통제 강화 요구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억제를 위해 한국과 독일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역량 개발이 진전되는 것을 막고자 한국과 독일에 일본, 네덜란드가 포함된 다자간 수출통제 협정에 가입하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2022년 10월 수출통제를 시행한 뒤 핵심 반도체 장비 제조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압박해 지난해부터 동참하게 했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과 독일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 4개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업들의 본거지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칩 생산과 제조장비용 예비 부품 공급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다자그룹 가입을 요청했다”며 “양국은 지난달 이와 관련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1월 12일 엘렌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과 대만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동맹과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같은 달 17일에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역시 한국과 대만 등 동맹국도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상무부에 제출했다.

▲미국과 중국 국기가 반도체 칩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국기가 반도체 칩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전 합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정부도 독일이 수출통제그룹에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다. 내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아직 이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독일의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 중 하나는 고급 칩 생산에 필요한 광학 부품을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에 공급하는 칼자이스가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칼자이스가 해당 부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 등에는 ‘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ASML이 수출통제 시행 전에 중국 업체에 판매한 반도체 장비에 대해 수리, 부품 공급 등의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에는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를 원한다. 일본에는 JSR과 신에츠화학 등 이 분야 세계 선두 기업들이 있다.

다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의 최근 압박에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다. 두 국가는 더 엄격한 조치를 고려하기 전에 현재 통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싶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중국이 제재 허점을 이용해 여전히 반도체 굴기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은 지난해 396억 달러(약 53조 원)어치의 반도체 장비를 수입했다. 이는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발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최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것으로 밝혀져 미국 정치권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또 2026년까지 지어질 계획인 글로벌 반도체 공장의 대부분이 중국에 몰려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2026년 사이 대만 18곳, 미국 16곳 등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 일본은 8곳, 한국은 4곳의 공장이 준공을 준비 중이다. 반면 중국 본토에 26곳에 달하는 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의 30% 수준이다. 중국 공장들이 저가형 반도체만 생산하더라도 이 시장을 독점하면 자칫 글로벌 전자시장의 주도권도 완전히 빼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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