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한국사회 ‘양손잡이 조직’ 되길

입력 2024-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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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축구선수 다툼 세대갈등과 닮아
질서유지·변화추구 문화 간 충돌
상충하는 가치 포용…공존 꾀해야

역대 최강으로 꼽히던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탈락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나라 축구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충돌이 보도되어 상당한 후폭풍이 있었다. 둘 사이의 갈등을 접하며, 우리 기업에, 나아가 우리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갈등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호 합의를 존중하고 기존 질서 유지에 가치를 둔 문화와 개인의 독립성과 변화에서 흥미를 추구하는 문화의 충돌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효율성을 보이며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을 역사적으로 경험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분야를 더 잘 하도록 지식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서 새로운 지식을 탐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를 균형 있게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사고 및 행동방식 측면을 고려하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탐험에 필요한 것은 창의성,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 흥미, 사고의 유연성 등이다. 반면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과 원활한 조정 등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한편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질서정연한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선호된다. 결국 탐험에 맞는 사람들과 활용에 적합한 사람들의 선호가 다르며 이는 갈등의 요인이 된다.

손흥민 선수는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팀을 우선시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토트넘에서 득점왕을 앞두고 있음에도 페널티킥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에 불평하지 않을 만큼 팀의 화합을 중시한다. 톱니바퀴를 맞춘 것처럼 잘 조정된 질서정연한 팀플레이와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독일 축구에서 길러진 선수이기도 하다.

반면 이강인 선수는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을 중시하는 스페인 축구에서 길러졌다. 창의성과 의외성이 높은 선수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지만, 보다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때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보다 자율적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문화에 잘 맞아 보인다.

그런데 이 두 문화는 변화에 대한 관점, 소통의 방식에서 서로 반대되는 유형으로 상충하는 면이 있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국제경영학자 홉스테드는 6개 항목으로 국가 간 문화 차이를 평가하고 있는데, 2023년 업데이트에서 우리나라의 개인주의 수준은 58점으로 10여 년 전 18점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 결과는 질서를 중시하는 공동체지향적인 기존 세대와 58점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개인주의적 문화를 가진 젊은 세대의 공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문화적 차이의 간극은 매우 커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업에 상충하는 문화 유형이 있을 때 어떤 하나로 통일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아니다. 탐험과 활용을 모두 잘 하는 소위 양손잡이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상충되는 문화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충하는 요소를 줄이는 미세조정도 필요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제3의 문화를 통해 여러 문화를 조율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을 보다 중시하는 목적 지향적 문화를 도입하여 두 문화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질서 중심의 문화를 합의를 여전히 존중하면서도 변화에 융통성을 가지는 배려형 문화로 변화시킨다면 공존은 더 쉬워진다. 어떤 유형의 제3의 문화를 선택할지는 어떤 전략을 추진하는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제3의 문화 도입은 해당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의 영입을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나아가 우리 정부가 이 일을 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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