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도는 황선홍 감독, 이강인 품을까 뺄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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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6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황선홍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9월 16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황선홍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황선홍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 나설 최종 명단이 11일 공개될 예정인데요. 황 감독이 직접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인 황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물러난 A대표팀의 임시 감독을 맡아 태국과의 2연전을 준비합니다. 마이클 김(김영민) 수석 코치를 비롯해 조용형, 정조국, 김일진, 이재홍 코치로 임시 체제를 꾸린 후 2연전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최근 한국 축구는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역대급 라인업을 구축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섰지만, 졸전을 거듭하다가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 64년 만의 정상 탈환에도 실패했습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아시안컵이 종료된 후 터져 나왔는데요. ‘무색무취’ 무능한 전술 운용으로 비판받던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수단 불화, 갈등을 방관한 무책임한 태도 끝에 경질됐습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충돌했다는 소식까지 뒤늦게 전해지면서 국민의 실망감도 높아졌죠.

황 감독은 혼란한 상황을 정리, 수습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은 상황입니다. 그는 임시 감독 신분이고, A대표팀을 이끈 경험도 없는데요. 당장 4월부터 올림픽 예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안고 있죠.

우선 황 감독의 고민은 명단 구성입니다. 그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 자리도 잠시 비워둔 채 A대표팀 구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최종 명단에 누가 오르게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일 오후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서울 FC의 경기에서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광주 FC와 서울 FC의 경기에서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홍, K리그 동분서주…주민규·이승우·정호연 등 ‘눈길’

우선 황선홍호는 공격진 보강이 시급합니다. 에이스 손흥민의 파트너 공격수인 황희찬(울버햄프턴)은 지난달 29일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6주간 뛰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오현규(셀틱) 등 다른 공격수들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다는 아쉬움이 있죠.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알란야스포르)는 국가대표에서 잠정 배제된 상황입니다.

유럽파 골잡이들의 상황이 여의찮은 가운데, 황 감독은 K리그를 돌아다니면서 국내파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는 K리그를 줄곧 외면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과는 정반대의 행보인데요. 클린스만 전 감독은 자택이 있는 미국에서 원격 근무하며 유럽파 선수들만 챙겼다는 지적을 부임 기간 내내 받았죠. 그러다 보니 K리그 선수들의 선발과 활용이 제한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기제였죠. 이기제는 소속팀에서 3개월 넘게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아시안컵에 승선하면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K리그 선수들의 열의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죠.

이와 달리 황 감독은 마이클 김 수석코치, 조용형·정조국 코치, 김일진 골키퍼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 등을 코치진으로 꾸린 직후 K리그 출장에 나섰습니다.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대전하나시티즌전을 관람했고, 이튿날엔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아 광주FC와 FC서울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코치진과 함께 인천 유나이티드-수원FC전, 울산 HD와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 등에도 얼굴을 비췄죠. 황 감독은 이번 주말 열리는 K리그 경기까지 살펴본 뒤 최종 명단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이번 명단에 K리거가 대거 포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특히 최근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는데요. K리그1 울산의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21년(22골)과 지난해(17골) 득점왕을 차지한 K리그1의 대표 골잡이 주민규는 클린스만 전 감독에겐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반면 황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민규를 한국 U-23 대표팀의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1순위로 원했던 바 있는데요. 주민규가 이번에 황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됩니다.

수원 미드필더 이승우의 이름도 거론됩니다. 신태용 감독의 부름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 선 이승우는 2019년 이후론 대표팀에 들지 못했는데요. 2022년 수원에 입단한 이승우와 주민규와 함께 K리그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되기도 했죠. 2일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조용형 대표팀 코치가 보는 앞에서 후반 10분 교체로 투입돼 공격 활로를 뚫었고, 후반 추가 시간에는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써내면서 눈도장까지 찍었습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동기부여를 위해 이승우에게 키커를 맡겼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승우는 “대표팀에서 뛸 준비는 언제든 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정호연(광주)도 광주와 서울의 개막전을 찾은 황 감독 앞에서 맹활약했습니다. 서울의 압박을 풀어내며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서울 미드필더진의 패스를 끊어내며 2-0 승리의 밑바탕을 다졌죠. 이 밖에도 1일 대전하나시티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40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안현범(이하 전북), 5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송민규 등이 자원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이강인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이강인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강인, ‘탁구게이트’ 이후 첫 공격포인트…A매치 소집될까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강인의 A매치 소집 여부입니다. 황 감독은 이강인과 함께했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한데요. 이강인의 경우 여론이 부담 요소입니다.

이강인은 올 초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충돌해 팬들을 실망하게 한, 이른바 ‘탁구게이트’의 중심인물인데요. 비판이 쇄도하자 영국 런던을 찾아가 손흥민을 만났고 손흥민의 용서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아직 팬들의 신임을 완전히 되찾진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표팀 내 분란을 일으킨 이강인을 ‘징계’ 차원에서라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사건이 어디까지나 선수단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며, 이미 이강인이 손흥민을 찾아가 용서를 구해 최소한 표면상으로나마 갈등을 봉합한 모습을 보인 만큼 선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반박도 이어집니다.

이강인은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기량을 뽐냈습니다. 6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아노에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16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후반 11분 킬리안 음바페의 득점을 도왔는데요. 이 골로 PSG는 2-1 승리를 거뒀고, 1·2차전 합계 4-1로 앞서며 UCL 8강에 진출했죠.

이강인이 이날 음바페에게 제공한 도움은 ‘탁구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올린 공격포인트입니다. 두 사람이 합작한 결승골은 역전을 노리던 레알 소시에다드의 숨통을 사실상 끊어놨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일각에서 이강인이 PSG 복귀 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 상황이라, 더욱 값진 도움이었습니다. 후반 45분을 소화한 이강인은 후스코어드닷컴이 매긴 평점에서 PSG 필드 플레이어 중 4번째로 높은 7.0의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황선홍 감독이 감독석에 앉아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4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황선홍 감독이 감독석에 앉아있다. (뉴시스)
황선홍의 딜레마…11일 최종 명단 어떨까

황 감독의 고민은 명단 발표 직전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최근 K리거들이 좋은 폼을 선보이고 있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2연전에서 새로운 얼굴을 대거 중용하는 등 과감한 선택을 내리기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6월에 새 사령탑이 부임하면 원점으로 복귀하는 셈인데 대표팀에 큰 변화를 주기 부담스러울 수 있죠.

그렇다고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의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기엔 지난 아시안컵 과정과 결과가 걸림돌입니다. 한국은 역대급 멤버로도 약체로 거론되던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안긴 바 있죠.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2위, 한국은 23위입니다.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태국의 FIFA 랭킹은 말레이시아보다 31계단 높은 101위입니다. 아시안컵에서 고전하던 모습을 회상해보면, 반드시 더 강력하고 빈틈없는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내파와 해외파를 아우르고 갈등을 봉합하면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건데요. 황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연기된 새 감독 선임 등 후폭풍을 떠안은 상황입니다.

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1일과 26일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각각 홈과 원정 경기로 치릅니다. 황 감독이 11일 명단 발표에서 과연 어떤 이름을 부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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