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무역전쟁 선포’ 공언하는 트럼프

입력 2024-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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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

점증하는 ‘관세위협’ 세계무역 암운
美 경제에 ‘손실 더커’ 역사적 경험
자유무역 질서유지 국가 간 협력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무역전쟁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공약에는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대미 무역흑자가 큰 일본, 한국, 유럽과 같은 국가에 대해서는 무역불균형 해소를 압박할 예정이다. 아울러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여 국가 안보와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다양한 무역규제 조치를 발동할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에 더해 중요한 분야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다른 무역 상대국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최혜국 지위를 철회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런 조치에 따른 중국의 맞대응으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정책 방향이 환영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관세와 같은 보호주의 정책이 수입품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일부 산업은 보호하겠지만 경제 전반에 걸쳐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상당한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미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인해 제조업 고용이 1.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간으로 약 17만 개 이상의 일자리 손실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경제에 득보다 실이 더 컸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지도,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지도 못했다. 대신에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더 비싸진 수입품 가격 때문에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안그래도 높은 물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계획이 달갑지 않다.

게다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는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유발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당시 중국은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상대국의 맞대응을 유발하고 이는 미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하락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결국 트럼프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역전쟁은 미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트럼프의 전면적인 관세 부과 계획은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하고 악화시켰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의 평균 59%에 달하는 관세 부과에 맞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무역은 크게 위축되었고 대공항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 일은 나중에 관세와 같은 수출입 장벽을 제거하고 국제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고안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결의 동기가 되었다.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이 가까워지고 있다. 트럼프식 관세 위협은 미국 기업들과 그들의 무역 파트너에게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즉 트럼프 집권 2기에 기존 국제무역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1기 트럼프 정부는 미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만약 2기 정부가 출범한다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여전히 정책의 중심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에 대해 글로벌 커뮤니티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규칙과 질서에 기반한 무역시스템을 유지하려면 국가들의 공동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보호주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에 기반한 다자주의 자유무역이 전 세계의 집단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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