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예상 투자손실이 6조 원에 육박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투자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할 수 있다는 기준안을 내놨다.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이론적으로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 해야 한다. 금감원은 대다수가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11일 발표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등 과거 분쟁조정 사례에서는 40~80% 범위에서 배상비율을 제시했지만, 이번 ELS 배상안에서는 상한 및 하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판매사 일방의 책임'(배상비율 100%)이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0%)만 인정될 수도 있다.
예컨대 ELS 투자 경험이 없고 5000만 원 미만의 예·적금 가입을 원했던 80살 이상 초고령자에게 금융사가 적합성 원칙·설명 의무·부당 권유 금지 등을 위반해 상품을 팔았다면 투자 손실액의 75% 내외를 배상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배상 비율은 DLF 때보다 소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관련 소비자보호 규제나 절차가 대폭 강화된 만큼, 평균 배상비율이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배상비율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내에 분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DLF 때보다는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판매사 기본비율 최대 50%와 투자자별 요인을 최대 ±45%포인트(p)까지 차등 반영해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기타요인(±10%p)까지 고려하면 배상비율은 손실액의 최대 100%까지 가능하다.
금감원은 은행에 대해 20~40% 수준의 기본 배상비율을 제시했다. 시스템상 발생한 적합성 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이 발견돼 모든 판매분에 대해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에는 일괄 지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20~40%의 배상비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반영해 은행의 경우 10%p, 증권사는 5%p 수준의 공통가중이 적용된다.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 5%p, 증권사 3%p를 적용한다.
투자자별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p를 가산하고, ELS 투자 경험이나 금융 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p 차감한다.
한편, 이번 배상비율이 이해 상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횟수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대야 한다"며 "20회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차감하기로 했는데, 20회와 50회 가입자들 중 어느 쪽이 더 ELS에 대해 익숙한지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상비율에 따르면 ELS 가입 횟수가 20회를 초과하는 경우부터는 배상비율이 낮아진다. 지연 상환이나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 경험, 손실 경험 횟수에 따라서도 배상비율이 깎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