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덕분에" vs "尹 때문에"…新 '정치 1번지' 서울 용산구[배틀필드410]

입력 2024-03-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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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표 차' 격전지 용산… '정부 지원론' vs '정부 견제론' 팽팽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고 나서 재개발도 척척 진행되고 사람도 늘고 얼마나 좋아요. 집권 여당 후보가 돼야 용산이 더 발전하지 않겠어요?"

"대통령실이 오니까 시위도 많고 교통도 난리도 아니에요. 재개발한다더니 제대로 하지도 않고...이번에는 좀 바꿔야 경각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구가 새로운 '정치 1번지'로 꼽히며 4·10 총선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대통령실의 '앞마당'인 만큼 여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성해야 하고, 야당은 탈환해야 할 지역구로 꼽힌다.

용산구는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서울 49개 선거구 중 가장 적은 표차로 승부가 결정된 곳이다. 용산구는 4선 현역 지역구 의원이자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과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강태웅 지역위원장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지난 총선 당시 권 의원은 6만3891표(47.8%)를 얻어 6만3001표(47.1%)를 얻은 강 후보를 불과 890표(0.7%p) 차로 꺾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두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는 국제업무지구,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많은데다, 대통령실이 자리 잡고 있어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이 다른 지역구보다도 유독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 특히, 용산구는 지역별 편차가 큰 지역으로, 이촌동·한남동·이태원동 등 '부촌'으로 불리는 지역은 보수세가 강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청파동·후암동 등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어서 지역별로 민심이 엇갈리고 있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11일 오후 용산구 용문동에 위치한 용문시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11일 오후 용산구 용문동에 위치한 용문시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는 11일 오후 6시경 용산구 용문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용문시장을 방문해 유세전을 벌였다. 4년간 지역구 의원을 지냈고 통일부 장관도 역임한 만큼 권 후보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권 후보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한 한 시민은 "저번에도 권영세 후보를 찍었다. 이번에도 뽑겠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권 후보는 용문시장 골목에 위치한 식당과 상점 등을 직접 방문해 인사를 건넸고, 시민들도 '셀카'를 요청하며 반갑게 화답했다.

용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지역에서는 권 후보가 한동안 잘 오지 않아서 불만이 많았다"면서도 "권 후보가 잘해서 이번에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용문시장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60대)는 "권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재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실도 와서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됐다"며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나라도 잘되지 않겠냐"고 했다.

권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이촌동에서도 상당했다. 이촌동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50대 박모 씨는 "용산이 그동안 재개발도 느리고 답답했는데, 권 후보가 오고 나서 그나마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사업들이 속도를 내려면 당연히 권 후보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촌동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김모 씨도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세 현장에서 본지와 만난 권 후보는 "용산에 큰 프로젝트 3개가 있다. 철도 지하화와 국제업무지구, 그리고 용산공원을 계속해서 반환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그전부터 진행돼온 부분도 있지만, 용산공원은 좀 많은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이것만큼은 제가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출마하게 됐고, 실제로 당선이 된다면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12일 오전 후암동의 용산고등학교 인근에서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가 12일 오전 후암동의 용산고등학교 인근에서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vishalist (사진=정대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는 12일 오전 7시부터 후암동의 용산고등학교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며 유세 활동을 했다. 용산고등학교는 '용산 토박이'인 강 후보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파란 점퍼를 입은 강 후보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용산을 다시 자랑스럽게'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출근하는 주민과 차량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시민들도 강 후보와 악수하며 화답했다.

강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주로 '대통령실'과 '재개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원효로동에 거주하는 40대 김모 씨는 "대통령실이 오고 나서 시끌시끌하다. 시위도 많고 차도 엄청 막힌다"며 "재개발도 한다더니 예전과 똑같이 느리고 답답하다. 저번 총선에서는 권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야당에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촌동에 거주하는 60대 이모 씨도 "대통령실도 온 만큼 기대가 컸는데, 용산공원도 제대로 개방하지 않고 대통령 개인 정원으로 만들어놨다"며 "민주당에 표를 줘야 좀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영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모 씨(20대)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정부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찍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본지에 "제일 중요한 것은 낡은 주거 환경과 도시 재개발이다. 오래된 도시를 살기 좋은 주거지로 바꿔야 하는데,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만 100개 이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는 게 주민들한테는 가장 큰 바람이고 제가 해결해야 할 공약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시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용산 토박이'인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같은 사람이 같은 곳에서 다시 맞붙게 됐으면 4년간 용산을 얼마나 연구하고 구상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다"며 "주거 개선도 필요하고 국제업무지구도 필요하지만, 용산구 안에는 한남더힐도 있고, 동자동 쪽방촌도 있다. 용산 내에서조차 균형 발전이 안 되는 이유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와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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