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중독 보고서③] "주식ㆍ코인 족집게 과외합니다"...투자자 금전 피해 속출

입력 2024-03-13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족집게 광고로 투자금 가로채고
AI 오류 가장한 신종사기 사례도
불법 콘텐츠 무분별 유통 구조 심각
당국 '자율규제' 내세우며 뒷짐
방심위 "합리적 규제 정착 노력"

박 모씨는 유튜브에서 국내 유명 강사가 알려준다는 주식투자 광고를 보고 링크에 접속했다가, 다같이 강의를 듣고 투자할 수 있다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입했다. 본인과 비슷해 보이는 처지의 투자자 수십 명은 해당 ‘족집게 강의’를 듣고 난 후 수 억 원의 수익을 내 명품백과 외제차 등을 샀다고 자랑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수익률에 박 모씨 역시 수업에서 추천해 준 종목에 투자했고, 단기간에 100만 원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후 SNS의 회원들은 공동투자를 통해 900%에 달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고, 박 모씨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설치했다. 투자금이 부족하다는 얘기에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1억5000만 원까지 마련했다. 이 공동투자는 수익률 1000%를 달성했다며 투자는 끝났다. 이들은 선세금 1억 원을 요구했고, 이미 돈줄이 마른 박 모씨는 대출까지 받아 납부했다. 수익금만 기다리며 심지어 수수료 1억 원도 입금했다. 그러나 수익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함을 감지한 박 모씨는 업체와 연락을 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유명인을 내세워 주식, 가상자산 등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고 광고한 후 회원을 모집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불법금융투자 사기가 날로 진화하며 이용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본인의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물로 큰 수익을 내준다”며 버젓이 홍보해놓고, 불법대여계좌를 활용해 사기를 벌이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각종 사기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지만 규제 당국은 해외플랫폼의 ‘자율규제’에 기대고 있다. 이에 불법금융투자의 온상이 된 유튜브는 한국 당국의 규제를 피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가장한 신종투자기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사례도 있다. AI 자동매매를 빙자한 사기로 방대한 양의 매매기록을 학습해 초보자도 높은 확률(80~98%)로 고수익(1일 5%)을 거둘 수 있다며 무료 강의 등으로 홍보한다. 첫 입금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한 후 큰 수익이 난 것처럼 화면에 보여주다가 AI 프로그램 오류로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투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또 증권사를 사칭하면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며 자금을 모집하거나, 기관계좌 이용·블록딜 등을 빌미로 공모주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기 사례도 있다. 이들은 증권사 명의로 된 공동투자협약서를 제시하며 수년간 지속된 프로젝트로 높은 수익(800%)을 얻었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이같은 피해에도 정작 규제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범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모호하다는 이유로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같은 불법금융투자 콘텐츠와 관련해 경찰에 의뢰하고, 구글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엄중 대응했다고 밝혔지만,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적용과 모니터링 강화 등을 요청했을 뿐이다.

방심위 측은 “국내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구글, 메타 등 해외 사업자와 지속 협력을 통해 통신심의 정책과 사례 등을 전달하고, 합리적인 자율 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유튜브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방송사 등 방송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기존 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유튜브 측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광고 게재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들을 걸러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전 세계 2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부적절 콘텐츠를 심의한다. 그러나 폭력, 성인물, 마약, 총기 등이 이들이 말하는 ‘부적절 콘텐츠’에 해당한다. 불법금융투자 등 사기를 판명하는 데는 ‘의도’를 판별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조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예상 밖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與…'당게 논란' 더 큰 숙제로
  • 이동휘ㆍ정호연 9년 만에 결별…연예계 공식 커플, 이젠 동료로
  • 비행기 또 출발지연…맨날 늦는 항공사 어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150,000
    • -2.72%
    • 이더리움
    • 4,624,000
    • -5.65%
    • 비트코인 캐시
    • 683,000
    • -5.01%
    • 리플
    • 1,901
    • -3.84%
    • 솔라나
    • 319,900
    • -5.49%
    • 에이다
    • 1,278
    • -8.12%
    • 이오스
    • 1,094
    • -4.87%
    • 트론
    • 267
    • -3.61%
    • 스텔라루멘
    • 629
    • -8.9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100
    • -6.08%
    • 체인링크
    • 23,890
    • -7.62%
    • 샌드박스
    • 867
    • -18.2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