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인가 포퓰리즘인가…총선 앞두고 잇따른 소상공인 정책 지원 부작용 없나

입력 2024-03-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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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민생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단순히 민심을 끌어올리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민·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사면이 시행된다.

이번 조치로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소액(2000만 원 이하) 연체가 발생했으나 5월 31일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한 경우 신용회복을 지원한다. 대상기간 중 소액연체가 발생한 자는 개인 약 298만 명(NICE 기준), 약 31만 개인사업자(한국평가데이터 기준)다. 2월 말 기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한 자는 개인 약 264만 명, 개인사업자 17만5000이다.

개별 개인신용평가회사나 개인사업자신용평가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용회복 지원 대상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상자에 해당하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 상승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액 상환을 완료한 개인 264만 명의 신용평점은 평균 37점 상승(659점→696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의 경우 47점, 30대는 39점 상승하면서 사회초년생이나 청년 재기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용회복 지원에 따라 15만 명가량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며, 26만 명가량이 은행권 신규대출 평균 평점을 상회하게 됐다.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액 상환을 완료한 17만5000 개인사업자의 신용평점은 약 102점 상승(623점→725점)했다. 지원대상 사업자의 업종 비중은 도·소매업이 29.9%로 가장 많았고, 숙박·음식점업 25.5%, 수리 등 서비스업 11.3% 순이었다. 이번 신용사면으로 7만9000 개인사업자가 1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신용회복위원회나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이용 중인 차주 중 변제계획에 따라 1년간 성실상환한 약 5만 명에 대한 채무조정 정보가 조기 해제돼 불이익이 해소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압박하며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2조1000억 원+α 규모의 민생금융지원책을 이끌어낸 바 있다. 2월 초 개인사업자 187만 명에게 1조3587억 원의 이자환급이 이뤄졌으며, 연내 1422억 원의 추가 환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이달 말 6000억 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 자율프로그램이 발표돼 다음 달부터 지원이 이뤄진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재정을 활용해 소상공인 대상 2금융권의 이자환급 계획도 발표했다. 2금융권에서 금리 연 5% 이상 7% 미만의 사업자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나 법인 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50만 원의 이자환급이 지원된다.

문제는 잇따른 소상공인 지원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용사면의 경우 도덕적 해이 문제를 비롯해 형평성 문제, 가계부채 문제로의 확대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신용사면으로 인해 자칫 신용점수 인플레 현상이 발생해 기존 고신용 차주에 피해가 갈 우려도 있다"며 "은행들이 등급을 나누고 금리를 매기는 데는 신용평점을 기준으로 마진을 이만큼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미 연체 이력이 있는 차주들의 평점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저신용 차주들의 신용평점이 높아지면서 리스크 비용을 더 얹게 될 것이고 그만큼 기존 고신용 차주들의 대출금리는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평점이 올라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지는 인원이 15만 명가량 되지만 상대적으로 저신용 차주 위주다보니 한도 금액은 높게 부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리스크는 있더라도 이미 과거에도 신용사면이 이뤄진 부분이 있었던 만큼 경험치도 있다 보니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중에서 정말 열심히 부채를 갚았는데 환경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지원책이 강구돼야 하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반면 투자 등 다른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데 대해서도 무분별하게 지원해주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기존 연체 이력이 있었던 차주가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할 수 있게 되면서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정책이든 양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런 분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신용사면)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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