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 10명 중 8명은 의사들과 정부의 대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 행동’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체 교수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단체 행동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전체 교수 1475명 중 114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 가운데 87%는 ‘교수들이 일정 행동을 취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라고 답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정책을 모두 백지화하고,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66%에 달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내비쳤다. 이들 정책이 필수의료 분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51%로 과반이었다. 현 상황과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38%로 나타났다.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 교수들은 9%에 그쳤다.
교수들은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86.2%에 달했다. 이공계 인재 유출과 필수의료 분야 붕괴를 부작용으로 지목한 교수들은 각각 73.9%, 73.1%로 집계됐다. 의대 졸업생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응답도 41.5%를 차지했다.
의대 증원 대신, 수가 조정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교수들의 중론이다.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해당 분야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는 96.6%의 교수들이 찬성했다. 이어 의료사고나 분쟁으로 인한 민·형사상 부담을 덜어 줄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5.4%,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응답은 68.5%를 기록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고 봤다.
최근 정부가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며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99%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대학 총장들의 의대 증원 신청 결과에 근거해 의대 증원 여력이 2000명을 웃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99%의 교수들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강행하면 임상의학 실습 기회가 감소할 것(92.5%)으로 예상했다. 또 기초의학 실습 기자재가 부족(92.5%)한 것은 물론, 도서관이나 기숙사, 강의실 등의 시설도 충분하지 않을 것(86.4%)으로 내다봤다.
의대 교수를 증원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과대학 학생 교육을 위해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96%에 달했다.
다만, 교수들은 정부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의대 증원에 찬성할 여지를 내비쳤다. 응답자 95%는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인 근거들을 바탕으로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된다면, 증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교수들은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대한 타협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교수들이 학생과 전공의 복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60%가 ‘아니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