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은행장으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18일 간담회를 연다. 금감원이 홍콩 ELS 배상안을 내놓은 이후 첫 만남이다. 이 원장은 간담회를 통해 은행들에 자율배상에 속도감을 높여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홍콩 ELS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와 관련한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를 판매한 11개사를 대상으로 두 달 동안 실시한 현장 검사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대거 적발했다. 청력이 약한 고령층에 들린다고 강요하거나 가입신청서를 대리 작성하는 등 불완전 판매가 만연했다.
금융당국이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제도개선을 예고하면서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A 은행 관계자는 "내부 TF 회의에서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의 경우 창구를 분리해 전문센터등 판매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H지수, S&P, 유로스탁 등 지수별 세부 한도를 잡아 위험을 분산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B 은행 관계자도 "금융당국에서 제도개선 가이드를 발표하면 이를 바탕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재 모든 지수를 불문하고 투자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한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 제도개선도 가이드라인을 보고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연이어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판매제도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언급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날 "소비자 보호, 영업 관행, 내부통제 등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음에도 불완전판매와 같은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 후 원인에 맞는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개인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3년여 지난 시점에 금융투자 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 판매할 때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하고 설명해야 할지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상품 판매 유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영업 문화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위험군) 상품을 파느냐 안 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영업 문화나 고객 중심의 영업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갖춰서 고객 선택권이 좁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위험 상품 판매 중단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홍콩 ELS 검사결과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여 제도개선 추진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점 판매창구에서의 판매행태 및 소비자 행동패턴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 판매제도를 모색할 방침"이라며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