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하루만 464개사 ‘슈퍼 주총’…상장사 80% 3월 마지막 주 몰려온다

입력 2024-03-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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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1704곳 중 72.53%(1236곳)
마지막 주(25~29일) 주주총회 개최
28일 29일, 각각 464개사와 323개사
넷째 주(426곳)에 비교해 3분의 1 수준
28일 태영건설, DB하이텍, 한일시멘트 등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달 마지막 주에 상장사의 70% 이상이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올해도 ‘주주총회 대란’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8일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태영건설, DB하이텍, HDC현대산업개발 등 지난해 굵직한 이슈가 벌어졌던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려있어 ‘슈퍼 주총일’이 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기업가치 제고 열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기업지배구조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주주총회의 활성화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2일 본지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를 공시한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 1704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72.53%(1236곳)가 이달 마지막 주(25~29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28일과 29일에는 각각 464개사와 323개사가 주주총회를 열 예정으로 투자자들의 적지 않은 혼잡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월 넷째 주(18~22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기업은 426곳으로 마지막 주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슈퍼주총일을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은 28일, 코스닥 시장은 29일이 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 중에서는 물적분할을 추진하다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거나, 소액주주연대 또는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견제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곳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DB하이텍,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글로벌, 한일시멘트, 케이티앤지 등이다.

한국가스공사도 28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 2조4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가스요금 미수금 때문에 무배당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로부터 지난해 집단 소송에 걸려 있다. 지난해 공개매수 진행으로 경영권 분쟁을 빚어 시장의 높은 관심이 쏠린 기업들도 있다. 쌍용씨앤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등이다.

실적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주주총회도 28일에 쏠려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022년 1357억 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47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분양실적 부진 공사비 상승 등이 반영돼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등 건설사들의 주주총회도 모두 28일에 열린다. 태영건설은 작년 말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했다.

정기 주주총회 쏠림 현상이 주주들의 불만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감이 나오는 이유다. 주주총회는 상법상 주주들이 경영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총장에서는 주가와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주가 관리는 하는 거냐”, “기업의 성장에 기여를 한 주주들을 물로 보는 것 아니냐”,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 등 날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개 투자자들은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 중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같은 시간대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몰아서 개최할 경우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직접 참여가 어려워진다. 한 상장기업 임원은 “정기 주주총회를 몰아서 개최하면 같은 날 주주총회가 열리는 기업들 사이에 묻혀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관심에서 멀어지면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은 자연히 떨어지게 된다”라며 “특히 이슈가 많은 기업들은 주주총회 일자를 분산해서 개최했다가 스포트라이트(관심)를 받을 수 있어서 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법에 따라 정기 주주총회 집중 개최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기업은 집중 개최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기업들은 집중 개최 사유로 관계회사들의 결산 및 배당일정, 내·외부 감사일정 및 이사회, 주요 위원회의 개최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집중일에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이라는 점과 주주총회 개최 1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점도 주주총회 일정이 쏠리는 데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은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해서 주총을 개최하는 기업들에는 불성실 공시 벌점 감경, 공시 우수법인 평가 시 가점 부여, 지배구조 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예외 사유 고려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참여도는 저조한 실정이다. 2020년 상법 개정으로 주주총회 집중 개최 제도가 정비돼, 4월에도 정기 주주총회 개최가 가능해졌지만, 기준일 변경 등을 위한 정관 개정이 필요해 효과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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