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태울 생각보다 줄일 생각해야죠”...박강수 마포구청장

입력 2024-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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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만에 소각장 '날벼락'
1년 7개월간 '쓰레기 투사' 자처
서울시에 감량ㆍ재활용 제안
관광 육성ㆍ경제 중심지 만들 것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7일 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포구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7일 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포구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상암동에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추진 중인 서울시에 맞서 ‘쓰레기 투사’를 자처한 지 1년 7개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전쟁 불사’를 외치며 윽박도 질렀고, “대안이 있다”며 읍소도 했다. 서울시를 상대로 한 투쟁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깨달으면서 제풀에 지치진 않았을까. 퇴로를 고민하고 있는지 묻자 박 구청장은 단호했다. “쓰레기 소각장 대가요? 그런 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안 짓는 거 말고 방법이 없어요. 인접 자치구에서 마포구로 쓰레기 차량이 못 들어오게 도로에 누워버릴 거예요.” 취임 한 달 만에 쓰레기 소각장 날벼락을 맞고 밤잠 못 이루다가 쓰레기 감량·재활용 ‘전도사’로 변신한 그를 7일 구청장실에서 만났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요즘 마포구가 그렇다. 전국 최초로 ‘폐기물 감량 조례안’을 제정, 쓰레기 재활용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조례안에는 커피찌꺼기 재활용 추진,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의무 강화, 소각제로 가게 설치·운영 확대,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 등이 담겼다. “2주 동안 커피찌꺼기가 12톤 감소했어요. 소각 쓰레기가 그만큼 줄어든 거예요. 서울시 전체로 하면 하루 50톤 정도 되니 엄청난 양이죠. 1일 300kg 이상 생활쓰레기를 배출하는 건물은 사업장배출자 신고하도록 했고요. 공동주택 건설할 때 소각제로 가게 설치도 의무화했습니다.”

쓰레기 감량을 자신한 그는 “무조건 소각장을 짓지 말자는 게 아니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매립지로 가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연구해야지요. 쓰레기 줄일 생각은 안 하고 가장 손쉽게 태우려고만 하는 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결정은 정책적 오판이에요.”

2021년 환경부가 생활폐기물 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하면서 수도권은 2026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된다. 지난해 서울시는 1000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 입지로 상암동을 최종 확정·고시했다. 반면 마포구는 기존 4개(마포·양천·노원·강남) 자원회수시설을 개보수하고 쓰레기 감량 정책을 병행하면 직매립 금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4개 자원회수시설 가동률이 70~80%에 불과해요. 개보수해서 법정 허용치인 130%까지 쓰도록 하라는 거예요.”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2026년까지 기존 시설 개보수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완료하는 조건으로 용역을 주면 될 거 아닙니까.”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7일 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포구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7일 구청장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포구

감량도 이상적인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 “어느 날 고무장갑을 끼고 동네 쓰레기통을 뒤져서 분류를 해봤어요. 60%가 재활용이 가능하더라고요. 환경본부과랑 상가, 아파트, 단독주택 쓰레기를 다 가져다 해봤더니 역시 70% 재활용 가능했다니까요.”

‘쓰레기 종량제’ 정책이 도입된 지 30년. 그런데도 쓰레기 분리배출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박 구청장은 “딱지 떼고 과태료 내니까 교통질서가 유지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쓰레기 봉투 가격이 10리터 250원, 20리터 490원이예요. 쇼핑백 봉투를 하나 사도 500~1000원이잖아요. 쓰레기 버리기가 너무 편한 거죠. 봉투가 5000원이라고 생각하면 신중해지지 않을까요. 봉투값의 현실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거친 말도 쏟아냈지만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환경운동연합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회생활 시작했잖아요. 환경에 대한 인식이 어떤 정치인보다 앞선다고 봐요.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어요. 미래를 보는 환경정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포구가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홍역을 치렀지만, 외국인들은 매력을 알아봤다. 경의선숲길~홍대~당인리발전소에 이르는 2km 구간의 레드로드는 세계 3대 거리로 부상했고, 아시아도시경관상도 거머쥐었다. 올해 구역을 재조성하고 한강과 접근성도 높인다. “관광 5단계 발전 계획 중 2단계가 마무리돼 가고 있어요. 7곳의 골목상권도 관광 명소로 키울 거예요.”

현장 중심의 복지 체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실뿌리 복지’. 75세 이상 독거노인들의 건강과 친목을 위해 시작한 효도밥상은 순항 중이다. 올해 1000인분 이상 조리가 가능한 반찬 공장을 가동, 대상을 1500명까지 확대한다.

서울시가 도심 대개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박 구청장은 “DMC 랜드마크 사업자 유찰로 문제 해결 폭이 더 넓어졌다. 신속한 추진을 통해 상암동이 서북권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라며 “공덕동 중심으로 AI 산업도 육성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37만 명의 마포구는 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자치구다.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일대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서울시에 종합병원 신설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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