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만 있나? ‘금’도 있다…사상 최고가 찍은 금 투자법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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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세공품을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세공품을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업계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7만2000달러대를 뚫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또 한 번 경신했는데요. 국내 원화거래소에서는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15년 만의 최고가로, 그간 ‘꿈’으로 불린 가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함께 연일 상승 중인 게 있습니다. 바로 ‘금값’인데요. 글로벌 금값도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죠.

투자업계에서는 금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제 금값 상승 배경은?…금리 인하 기대감·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1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올해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1달러(0.14%) 상승해 온스당 2188.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는 1979년 금 선물이 거래된 이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입니다. 최근 국제 금값은 4일(2126.30달러) 처음으로 21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찍은 것을 시작으로 엿새째 기록을 경신해왔습니다. 이 같은 급등세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수준이죠.

최근 몇 주간 나타난 금값의 상승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일반적으로 금값은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같은 자산에 비해 금 같은 안전자산의 매력도는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를 앞두고 금을 미리 사두려는 투심이 확산하는 겁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달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12일 공개되는데요. 만약 이날 공개되는 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았던 ‘1월 쇼크’가 재연된다면 금리 인하 시점이 밀릴 수 있어 투자자들은 2월 CPI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날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오름폭이 소폭에 그친 건 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의 고위 인사들의 공개 발언이 없는 등 우려 요소가 자리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주 금값은 12일 공개될 미국의 2월 CPI에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도 금값을 끌어올린 요소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국의 부동산 위기, 영국의 경기 침체 등 국제적인 분쟁과 경제적 위기가 확산,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거죠.

여기에 중국, 인도 등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린 것도 금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세공품을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금세공품을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금 실물 거래도 증가…금 투자법은?

이 같은 상황에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달 팔려나간 골드바는 약 66억1922만 원어치에 달했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약 79억 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죠. 그간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11월(34억 원), 12월(51억 원), 올해 1월(56억 원), 2월(66억 원) 등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11일 KRX(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8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전 거래일보다 0.64% 내린 1g당 9만174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날 장중 고가는 9만2530원을 찍으면서 2014년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죠.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실물 매매 △KRX 금시장을 이용한 매매 △금 통장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실물 금을 소유하려면 한국 금거래소나 금은방에서 골드바 등을 매입하면 됩니다. 한국 금거래소는 전국에 98개 매장이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세가 변동하는 탓에 한 번 주문하면 취소·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 금을 살 때는 부가가치세 10%에 수수료 5%가 붙는다는 사실 등을 유의해야 합니다.

KRX 금 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요. 조폐공사 인증을 받은 금 현물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 책임보관해 도난이나 분실 위험이 없죠. 1g 단위로 거래돼 소액 투자가 가능한데요. 매매수수료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습니다. 증권사에서 금 거래 전용 계좌를 개설해서 이용하면 됩니다.

금 통장인 ‘골드뱅킹’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선보이고 있는데요. 금 통장을 이용하면 실물 없이 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거래 단위는 0.01g으로 소액 거래가 가능하죠. 가입 기간이나 중도해지 수수료가 없고,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예약 매매 서비스가 있어 원하는 가격에 자동으로 매수, 매도할 수 있죠. 금 통장에서 금을 매도하고 현금이나 금으로 받을 경우 1g당 기준가격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붙고, 매매차익에 대해선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합니다.

국제 금값을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는 구조의 금 ETF도 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판매하는 ‘에이스 한국거래소(ACE KRX) 금현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금 실물 투자가 가능한 ETF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한국거래소(KRX) 금현물 지수’를 기초지수로 해당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합니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골드선물 에이치(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골드선물 에이치(H)’ 등이 있는데요.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금 지수(S&P GSCI Gold Index) 등을 추종합니다. ETF는 간접 투자인 만큼 실물 인출은 불가능하며, 매매 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가 판매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가 판매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금값 단기 조정=저가 매수 기회” 분석도…다음 타자는 ‘은’?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금값 강세가 지속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미 연준 주도의 긴축 통화정책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금 가격이 온스당 2200달러에 근접했다”며 “글로벌 통화정책이 완화되는 구간에서는 금 가격이 통상 강세 사이클을 띠는데 이 같은 금 가격 상승세가 이제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경기 연착륙 전망에도 ‘디스인플레이션 컷’(물가 안정에 기인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실질금리 하향 안정세로 나타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부각한다”며 금 투자에 대한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유지, 올해 가격 예상 범위는 온스당 기존 1900~2200달러에서 2000∼233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장기 목표 가격도 온스당 기존 2550달러에서 2600달러로 높였습니다.

황 연구원은 “일각에서 ETF 실물 보유고와 금 가격 간의 괴리를 둘러싸고 단기 과매수 경계심이 대두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달러의 독주 속에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중앙은행들이 사들이는 금 매수세가 ETF 실물 보유고 감소분을 압도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단기적으로 금 가격 조정이 나타난다면 이는 장기 투자 비중 확대를 위한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부연했죠.

앞서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금값이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해 내년 초에는 온스당 23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올 하반기로 예상한 데 따른 겁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값 상승이 투기성 수요가 몰린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금값 움직임은 미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글로벌 헤지 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이 금 선물 거래에 뛰어들며 금값 단기 급등을 초래하고 있어 지난해 12월처럼 금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나, 현재 가격은 밴드 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6월부터 미국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미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유효하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제한적이라서 금 가격이 일방적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 랠리와 함께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역시 치솟는 상황인데요. 월가에서는 이제 ‘은’을 주목할 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은은 귀금속 투자자산인 동시에 산업재 성격이 짙어 태양광 패널,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경우 은값의 상승세가 금값 이상으로, 최근 10년간 최고치인 온스당 30달러를 찍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은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개인 투자자들로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동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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