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사다리 될 집 없나요?"…비싼 월세로 밀려나는 청년·서민[청년·서민 때리는 전세 사기 후폭풍①]

입력 2024-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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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서민 등 주거 약자에게 전세 사기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전세 사기 위험을 줄이려 빌라(다세대·연립)를 피하는 사람이 늘면서 경제력에 맞는 집을 찾기 쉽지 않다. 아직 아파트는 엄두를 낼 수 없는데 오피스텔 월세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높아진 월세 부담은 주머니를 한층 얇게 만든다. 당장도 문제지만 새로 짓는 빌라가 크게 줄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종합주택 월세가격지수는 전세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기 직전인 2021년 12월 101.29에서 올해 1월 104.05로 2.7% 상승했다. 서울(3.2%)과 수도권(3.6%)이 전국 상승 폭을 웃돌면서 오름세를 주도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104.617에서 96.04로 8.2% 하락했다.

월세가격지수 상승은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한 수요가 월세로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 층이 빌라 대신 많이 찾는 오피스텔은 쏠리는 수요에 힘입어 월세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국 오피스텔 가격지수는 작년 6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하며 올해 1월 100.07을 기록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세와 반대로 매매가격은 내려가면서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0년 6월(5.4%) 이후 최고치인 5.27%까지 뛰었다.

가격으로 보면 전국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2021년 12월 67만3000원에서 올해 1월 77만 원으로 10만 원 가까이 올랐다. 수도권은 71만2000원에서 82만 원, 서울은 78만1000원에서 88만9000원으로 각각 10만8000원 비싸졌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를 살려면 1년에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서초구와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은 93만 원에서 112만6000원으로 19만6000원 오르면서 100만 원을 넘어섰다.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가 있는 도심권(106만4000원)도 10만 원 이상 상승하면서 100만 원을 돌파했다.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도 월세가 12만9000원(61만4000원→74만3000원) 비싸졌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가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오피스텔 월세 선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월세가 오르는 만큼 세입자의 지출 규모는 커지고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을 모아야 할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빌라를 선택하는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전세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경제만랩의 조사를 보면 올해 1월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를 기록했다. 국토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 기피 현상은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확정일자 통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1.8%에서 지난해 54.9%로 3.1%p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중 100만 원을 초과하는 비율은 34.5%에서 31.7%로 높아졌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총 8221건인데 이중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5241건으로 63.8%를 차지했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매년 1월 기준) 이후 최대치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함께 빌라 전세 사기 여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인허가 물량 약 90%를 아파트가 차지하는 등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 공급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서민의 선택지가 줄고 주거 안정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전세금을 떼이지 않는다는 신뢰가 생기고 안전한 전세거래를 지원할 시스템도 마련돼야 하는데 전세 사기는 계속되고 있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은 목돈을 떼이는 대신 지출이 큰 월세를 선택하는 것 외에 다른 특별한 방법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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