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 주도의 '반도체 장비 중국수출 통제' 참여 검토

입력 2024-03-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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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네덜란드 수출 통제 참여 중
美, 한국ㆍ독일 등에 추가 동참 촉구
日 "현재 통제 영향력부터 평가하자"

▲미국 행정부가 현재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참여 중인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한국과 독일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래픽=이투데이)
▲미국 행정부가 현재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참여 중인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한국과 독일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래픽=이투데이)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대열에 참여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연합뉴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ㆍ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어느 정도로 보조를 맞춰야 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0월 미국은 자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이후 동맹에도 비슷한 수준의 수출통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해왔다. 당시 일본과 네덜란드 등은 수출 통제를 검토했고 실제 이행됐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이미 통제에 참여 중인 일본과 네덜란드에는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동시에 한국과 독일에는 수출 통제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수 없는 장비를 외국 경쟁사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판매하고 있어 경쟁에서 불리하다면서 한국과 대만 등 동맹도 미국과 같은 품목을 같은 방식으로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 1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한미관계 등을 고려해 미국의 요청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상태다. 동시에 우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고민이 깊어졌다.

고민이 커지는 부분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가 우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이다. 나아가 한중 관계의 추가적인 악화도 우려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 장비업체의 경쟁력은 그 장비를 구매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용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대중국 수출통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미 대중국 수출 통제를 시작한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 정부의 통제 기준과 규제 강화에 뜻을 함께하면서도 냉정한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실질적인 효과와 자국의 이익을 따져보는 셈이다.

지난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기준 강화를 촉구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 ‘현재 수출 통제의 실효성과 영향력 등을 먼저 검증하고 평가하자’는 제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월에 일본 도쿄에서 미국 상무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일본 측의 이런 입장이 전달됐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대응과 관계없이 우리 정부는 수출 통제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관계 강화에 대한 행정부의 의지가 뚜렷한 만큼,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대중국 수출 통제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수출 규제를 위해 개정했던 ‘대외무역법’으로 인해 법적인 문제점도 없다.

지금까지 한국은 법규상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를 통해 가입한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미국이 수출 통제 참여를 압박할 때마다 이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對)러시아 수출 통제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법 개정을 마친 상태. 이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통제 역시 국제기구의 결정과 무관하게 다자간 수출통제 공조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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