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 “10년 내 뇌전증·치매 등 뇌질환 해결 자신”

입력 2024-03-14 16:03 수정 2024-03-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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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대 열릴 것”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학·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엘비스’ 창업자인 이진형 교수가 향후 10년 내 뇌전증·치매 등 뇌질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형 교수는 1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 코리아’ 행사에서 기자들과 “간질(뇌전증)을 필두로 자폐증, 수면 문제, 파킨슨, 치매 등 5개 질환에 대한 진단·치료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해당 질환은 10년 내 모두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뇌질환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뇌질환 환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질환 증가세를 꺾는 기술이 아직 없어서다. 또 뇌질환을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가 창업한 엘비스는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뉴로매치(NeuroMatch)’를 개발했다. 뉴로매치는 환자의 뇌를 ‘디지털 트윈’으로 제작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파악해 치료법까지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5년간의 기초연구, 10년간의 환자 적용 연구를 거쳤다. 올해 뇌전증 관련 솔루션 론칭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뇌질환은 전혀 솔루션이 없는 망망대해 시대를 지났다.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로매치는 뇌파나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진단을 받으면 그에 맞는 치료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뇌질환의 경우 진단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도 어려웠다. 뉴로매치를 통해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파악하면 약물이나 디지털 치료제, 전기자극 등의 치료법으로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엘비스가 첫 번째로 뇌전증 진단 솔루션을 꺼낸 이유는 뇌전증의 발생 원인이 다양해서다. 자폐로 인해 뇌전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치매로 인해 유발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여러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질환이라 해결 방안을 빨리 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첫 번째 솔루션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뉴로매치는 뇌파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의 성공·실패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가 실패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다. 약물 개발 과정에서도 성공 여부를 점칠 수 있어 의료기기·IT·제약·의료서비스·보험 업체 등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의사들이 진단 솔루션 사용에 주저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이 교수는 “뇌질환은 환자가 많지만, 의사 수가 적다. 감당할 수 없는 정도”라며 “많은 수의 환자를 보는 데 도움이 되고, 결정 내리기 어려웠던 부분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에게 좋은 파트너, 조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선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두드러진 차이는 의료 수가 차이가 크다. 이로 인해 솔루션에 대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지만 워낙 훌륭한 의사가 많다”면서 “어느 정도 제도 개선하고 의료수가 부분이 해결된다면 우리나라가 신기술 리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해당 솔루션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고령화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다 나이를 먹고 있는데,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한국에 대한 애착이 크다. 웬만하면 공장도 한국에 만들고 싶고, 협력 업체를 찾을 때도 한국 기업과 우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 교수는 “향후 뇌질환을 치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아이폰에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쓰듯 다양한 뇌질환과 그에 대한 치료법이 담긴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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