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병원 ‘비상경영’ 돌입…“매일 10억씩 적자”

입력 2024-03-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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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손해 막심…무급휴가, 병동·수술실 일부 통합으로 운영 효율화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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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의 주축 역할을 하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병원 매출 감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형병원은 예년과 비교해 하루 수십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주요 병원이 정부에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는 손길까지 내밀었다. 서울에 있는 대형 대학병원은 지난해 매출과 비교해 하루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의료 공백 사태로 병원의 경영 사정이 더 안 좋아지자 최근에는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연세의료원은 앞서 15일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국내 대형병원 중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은 서신을 통해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산하 병원들의 진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부서별로 급하지 않은 지출은 줄이고, 사전에 승인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기와 규모를 한 번 더 고려하는 등을 통해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당장 특별히 업무를 바꾸는 등의 구체적인 내부 방침은 없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버티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동과 수술실 등 일부를 통합 재배치하며 병상·인력 효율화 등에 나섰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5일 직원 내부 서신을 통해 “부서 간 직능 간 경계에 있는 업무는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아산병원은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5일 서울아산병원은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를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안전한 진료 구축에 필요한 필수 예산을 제외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비율이 40%, 30%를 웃도는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경희대의료원도 최근 낮아진 수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성완 경희대학교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최근 내부 서신으로 “상황이 어렵다고 넋 놓고 주저앉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마치 전시와 같은 상황이다.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면서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며 “우리가 가져야 할 절실한 공통의 목표는 우리들의 일터인 의료기관을 지켜내는 일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빅5에 비해 상댕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서울·수조권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는 비교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료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환자들에 연락하는 정도의 여파만 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있지만, 전공의가 많은 대형 병원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의료 공백이 지속할 경우 수익 악화 등 병원 경영의 위기 상황에 이를 병원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본지에 “대학병원의 주축 세력인 전공의가 빠지니까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다음 달 월급을 주기도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출이 눈에 띌 정도로 감소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교수마저 병원을 떠나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병원이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마저 떠나게 된다면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 빈자리를 바로 채울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겠는가.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의사들이 반대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업이자 명령”이라며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에 증원하는 의대생 정원 2000명을 전국 40개 의대에 배정하는 확정안을 20일 발표할 계획이다. 총선 이전에 정부가 의대 배정을 끝내고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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