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봐서 좋은데”…미국 프로야구 개막전, 왜 한국서 하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3-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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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대2로 승리한 LA 다저스 오타니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대2로 승리한 LA 다저스 오타니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습니다.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전 세계 야구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서울시리즈’로 불리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개막전이 열렸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날 개막전은 오후 7시 5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고척돔에는 5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습니다. 도보 10분 거리의 공영 주차장도 오후 2시께 만석이 됐죠.

볼거리도 풍성했습니다. 경기에 오타니 쇼헤이(이하 LA 다저스)부터 야마모토 요시노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이름만으로도 야구 팬들의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스타 선수들이 출격한 것은 물론,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30년 전 쓰던 글러브까지 챙겨와 시구에 참여했고, 과거 다저스에서 뛰었던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대전의 명물 ‘성심당’ 빵을 들고 고척돔을 찾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류현진을 보자마자 “마이 맨(My man!)”이라고 크게 외치며 격하게 부둥켜안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그를 향해 “얼른 가서 몸 풀고,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라”는 농담까지 던져 웃음을 더했죠.

또 이날 고척돔에는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후지카와 규지 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투수들이 방문해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는데요. 오타니가 한국에 오기 전 결혼을 깜짝 발표하며 화제를 빚은 전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도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채 가족들과 함께 남편의 경기를 지켜봐 관심을 모았습니다.

서울시리즈는 ‘한국 최초’라는 상징성과 함께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출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할 이유가 충분한데요. 왜 MLB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게 됐는지 배경을 알고 나면 재미가 배로 뛸 수 있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 대 2로 승리한 LA 다저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 대 2로 승리한 LA 다저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MLB가 한국 온 이유…‘야구 세계화’ 프로젝트 일환

MLB 사무국은 ‘야구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개막전을 열어왔습니다. 서울시리즈도 MLB가 추진하는 월드투어 중 하나인데요. MLB의 입지를 자랑하면서 야구의 인기를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또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LB 사무국은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2000·2004·2008·2012·2019),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2001), 호주 시드니(2014)에서 정규시즌 개막전을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시티, 6월 영국 런던에서 국외 경기를 열었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야구를 통한 국제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에서의 MLB 개막전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팀 코리아와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대결하는 ‘MLB 월드 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계약 이행 문제로 개최 한 달 전에 취소됐습니다. 당시 선발돼 시즌을 마치고도 몸을 만들고 있던 KBO 선수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추후 KBO가 아무런 결정권 없이 선수만 차출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망신을 산 바 있습니다.

이후 MLB의 역대 9번째 국외 개막전으로 서울시리즈가 개최된 겁니다. 서울시리즈는 MLB가 올해 처음으로 여는 정규시즌 경기, 시즌 개막전으로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과거 박찬호부터 시작해 류현진, 최근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고우석(샌디에이고) 등 다수의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는데요. KBO 사무국과 허구연 총재의 적극적인 러브콜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미국 무대 활약이 이번 서울시리즈 개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 전엔 화려한 이벤트까지 펼쳐졌습니다.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17일 경기한 건데요. 이날 한국 야구대표팀과 샌디에이고의 경기도 열렸습니다. 18일에는 샌디에이고와 LG 트윈스, 그리고 한국 야구대표팀과 다저스의 맞대결까지 이어졌죠.

하루 휴식을 취한 메이저리그 팀은 20일에 고대하던 개막전을 열었는데요. 이날 다저스는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를 치고 타점 1개와 도루 1개를 곁들인 오타니의 활약 덕으로 샌디에이고에 5-2로 역전승, 개막식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앞서 오타니는 17~18일 키움 히어로즈, 한국 야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선 5타수 무안타 삼진 2개에 그쳤지만, 본 경기 시작과 함께 안타를 터뜨리면서 축포를 쐈죠. 오타니는 다저스가 4-2로 경기를 뒤집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빅리그 데뷔 이래 개막전에서 처음 멀티 히트를 때린 오타니는 “개막전에서 승리해서 기쁘다. 포기하지 않고 역전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MLB 정규 시즌 공식 개막전 일정표, (사진제공=쿠팡플레이)
▲MLB 정규 시즌 공식 개막전 일정표, (사진제공=쿠팡플레이)
킬러 콘텐츠로 ‘스포츠’ 점찍은 쿠팡플레이…서울시리즈 경제 효과 얼마?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리즈 성사에는 쿠팡의 힘이 컸습니다.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는 일찌감치 스포츠를 킬러 콘텐츠로 낙점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번 서울시리즈 역시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입니다.

서울시리즈는 쿠팡의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중계되는데 정규시즌 2경기뿐 아니라 선수단 입국, 공식 훈련 등 전 과정부터 스페셜 경기까지 총 6경기를 중계합니다.

또 이번 서울시리즈 단독 중계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부터 4년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독점 중계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K리그,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죠.

쿠팡이 스포츠 중계권에 사활을 거는 건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이 보장되면서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고, 충성고객 확보에도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스포츠 중계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언인데요. 실제로 오리지널 콘텐츠는 편당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호평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혹평이 쏟아지거나 무관심 속에 쓸쓸히 퇴장하기도 하죠. 반면 스포츠 경기는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한 명문 구단들이 충성 팬을 확보하고 있고, 중계 인력과 해설진 등 구성 외에는 막대한 규모의 인건비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돼 있다는 거죠.

앞서 쿠팡플레이는 2022년 ‘캡틴’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경기와 지난해 2022-2023시즌 유럽프로축구 트레블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의 내한 경기를 주최하면서 다수의 유료회원을 확보했습니다. 두 행사 모두 와우 회원이 아니면 예매·시청이 불가능했는데요. 쿠팡플레이는 국내외 OTT 시장에서 단숨에 2위까지 올라서는 쾌거를 달성했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올해 1월 기준 805만 명을 기록하면서 넷플릭스(1237만 명)에 이은 OTT 시장 2위에 올랐습니다. 티빙(551만 명)과 웨이브(301만 명)를 큰 격차로 따돌린 모습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회 초 1사 1, 2루 때 2루 주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5회 초 1사 1, 2루 때 2루 주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서울시리즈 경제 효과 얼마?…1000억 원 안팎 기대도

쿠팡이 마련한 빅 이벤트로 거두는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해외에서 개최한 메이저리그 경기는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이벤트로 평가받았습니다. 지난해 6월 24~25일 영국 런던에서 두 차례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가 영국 경제에 6000만 파운드(한화 약 1016억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서울시리즈의 경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찾으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1만6700석 규모의 고척돔에서 열리는 총 6개 경기 티켓은 매진됐습니다. 최소 10만 명의 관중이 고척돔을 찾는다는 겁니다. 일본 여행사 JTB는 20~21일 두 경기를 관전하는 3박 4일 패키지 상품(72만8000엔·약 638만 원)을 내놨는데 역시 전부 팔려나갔죠.

고척돔 인근 골목상권이나 쇼핑몰, 관광지, 서울 시내 호텔 등도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SNS 등을 활용한 브랜드 노출 효과까지 고려하면, 서울시리즈의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 역시 막대한 규모를 자랑할 전망입니다. 앞선 전례를 살폈을 때 1000억 원 안팎의 파급 경제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한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서울시리즈 2차전은 오늘(21일) 오후 7시 5분 열립니다. 이날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샌디에이고는 조 머스그로브를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리는데요. 경기에 앞서서는 그룹 (여자)아이들이 ‘슈퍼 레이디’(Super Lady)와 ‘톰보이’(TOMBOY), ‘퀸카’(Queencard) 등 총 3곡의 무대를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달굴 예정입니다.

여기에 오후 5시 30분 시작하는 2차전 프리뷰쇼에는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이 게스트로 참여해 중계진과 경기 관전 포인트 분석을 함께할 예정인데요. 프리뷰쇼는 경기 1시간 30분 전인 오후 5시 30분부터 중계됩니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선 다저스가 패색이 짙던 8회에 4점을 내면서 역전에 성공, 마지막까지 승리를 지켰는데요. 이날 경기에서는 과연 어느 팀이 웃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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