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칩의 강자가 됐나?

일찌감치 AI용 반도체 제작에 주력
네트워크 기술 기반 고효율의 GPU 네트워크 구축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 또 다른 강점
AI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아
고성능 반도체 개발만으로 엔비디아 잡기 힘들어

▲엔비디아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이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붐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지난해 초 이후 주가는 약 450% 급등했으며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656조 원)를 훌쩍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기업 가치가 높은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4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221억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당분간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엔비디아의 칩이 AI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에 주목했다.

최초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비디오 게임용으로 설계됐다. 그래픽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픽셀을 동시에 렌더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GPU의 쓰임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은 현재 게임용 GPU 시장의 약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다.

고성능 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갖고 있어 동시에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용이하다. 이 때문에 현재 AI 모델 훈련과 가상자산(가상화폐) 채굴, 자율 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GTC 2024’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새너제이(미국)/AFP연합뉴스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가 AI 모델 훈련에 최적화됐다는 것을 깨닫고 AI 용 반도체 제작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엔비디아 칩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00배 가까이 향상됐다.

제품 개발 외에도 엔비디아의 성장 배경에는 ‘네트워킹’이 있다. 데이터센터는 통상 수천 개의 GPU를 필요로 한다. 이에 엔비디아는 2019년 컴퓨터 네트워킹 공급업체 멜라녹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했다. 멜라녹스의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엔비디아는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고효율의 GPU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는 엔비디아의 또 다른 강점이다. 쿠다는 엔비디아가 2006년 선보인 GPU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자들이 AI 앱을 개발하는 데 널리 쓰인다. 현재는 업계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AI 반도체 시장은 2027년까지 연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가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면서 다른 기술 업체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데이터센터용 AI 칩을 만들고 있으며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의 반도체보다 2배 더 강력한 칩을 공개했다.

다만 고성능의 반도체 개발만으로는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엔비디아는 최고의 반도체와 최고의 네트워킹 키트,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를 대체하고자 하는 경쟁자는 이 세 영역 모두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