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만 1400명’ 이리역 폭발사고, 원인은 ‘이것’에 있었다…그날의 진실은?

입력 2024-03-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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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국내 최악의 열차 사고 ‘이리역 폭발사건’에 대한 그날의 이야기를 돌아봤다.

2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1977 사라진 도시와 맨발의 남자’라는 부제로 국내 최악의 열차 사고가 발생한 그날 이야기를 조명했다.

1977년 11월 11일 전북 이리, 현재 익산의 유일한 공연장인 삼남 극장에는 수백 명의 관객들이 당대 최고의 가수 하춘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1년 중 절반은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는 하춘화에게 삼남극장은 아주 익숙한 곳이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년에 두 번씩 공연을 했다.

당시 리사이클의 여왕이라 불리며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키던 하춘화는 이미 두 번의 낮 공연을 성황리에 끝내고, 이제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춘화 리사이틀의 전속 MC인 개그맨 이주일이 마지막 공연에 앞서 바람을 잡고 있던 그 순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 들려왔고 극장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극장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가수 하춘화는 당시 상황에 대해 “흙 속에 파묻히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수가 없었다”며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날 무너진 건 삼남극장 뿐만이 아니었다. 이리는 일순간 폐허가 되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날 1400여 명의 부상자와 59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 사고로 이리역 반경 8km 이내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선로 옆 창인동 전체 가구 43%가 붕괴됐다.

이른바 국내 최악의 열차 사고인 이리역 폭발 사고. 이날 사고의 원인은 화약 상자들 옆에서 켜뒀던 촛불이었다.

국내 유일의 화약 회사의 화약 호송원이었던 신 씨는 인천에서 광주까지 화약 배달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배달하던 화약에는 22톤 가량의 다이너마이트가 실려 있었다. 초산암모니아 5톤, 폭약 상자 2톤, 뇌관 1톤까지, 총 30톤 분량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온갖 원료들이 함께 운송됐다.

신 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서 “이리역 앞 식당에서 술과 저녁을 먹고 화차로 접근하는데, 연기가 나서 달려가 보니 폭약 화차 문이 열린 채 천장 부근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의구심은 커져갔다.

▲(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출처=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캡처)
박정희 대통령까지 현장을 찾아오고, 수사팀이 꾸려지자 신 씨는 결국 사건의 내막을 모두 털어놨다.

사건 당일 열차 대기를 하던 신 씨는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 후 화약 열차 문을 열고 들어와 화물칸 가운데 침낭을 깔았다. 그 옆에는 각종 화약 연료 수십 상자가 쌓여있었다. 그런 가운데 신 씨는 쌀쌀한 날씨에 머리맡에 촛불을 켜두고 잠이 들었던 것. 그리고 그가 깨어보니 이미 화약 상자에 불이 붙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 붙은걸 확인한 신 씨는 놀라 급히 도망쳤고, 화약은 이내 폭발하고 말았다.

놀라운 사실은 7년째 호송원으로 지낸 신 씨가 화약 상자 옆에서 촛불을 켠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취사도구로 밥과 라면까지 만들어 먹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화약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었던 것이다.

화약 회사는 화약류 취급 면허가 없는 이에게 호송 업무를 맡겼는데 해당 회사에는 화약류 취급 면허증을 소지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또 장거리 운행에 호송원이 단 한 명이었던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호송원 신 씨는 물론 그에게 일을 맡긴 화약 회사 대표도 바로 구속됐다. 그리고 하루 동안 이리 역에 화약 열차를 방치한 배차 담당자도 구속됐다. 급행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 동안 열차를 방치시켰던 것.

그런데 사고 규모에 비해 적어 보이는 사망자 수가 의아함을 자아냈다. 당시 신원 미상의 희생자들은 공식 사망자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리는 많은 타지 사람들이 머물다 가던 곳이었기에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또한 이리역 바로 옆 홍등가에서 일하던 여성들도 공식 사망자에서 제외되며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사 일으킨 신 씨에 대해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폭발성물건파열치사상죄 징역 10년형을 확정했다.

그리고 화약 회사 사장은 1심에선 징역 8개월, 항소심에서는 벌금 20만 원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그는 이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리역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90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이리 지역의 재난에 대한 수습을 위해 26만 명이 복구 작업에 동원되었고 전국에서는 각종 구호품과 성금이 모아졌다.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새 이리 건설 계획을 세워 이리를 완전히 다른 동네로 만들었다. 사고를 함께 겪었던 하춘화는 이재민 돕기 공연을 해 수익금을 모두 이리시에 기부했다.

그렇게 전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리 시민들은 1981년 경산서 발생한 대형 열차 사고에 발벗고 나섰다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경산 시민들의 회복을 위해 애썼다.

이리시는 이후 익산시가 되었고 사고의 피해자들은 보상으로 자신의 집을 갖게 되거나 보상금 등을 받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리역 폭발 사고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아니냐며 사고 덕분에 잘 살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사고로 가족을 잃은 생존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남은 자에게는 이리역 폭발 사고는 상처로 남았다는 말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꼬꼬무’ 이야기에는 가수 신성, 오마이걸 유아, 김다영 아나운서가 친구로 나섰다.

신성은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로 ‘꼬꼬무’에 첫걸음 했다. 신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 사고의 진상에 연신 고개를 저으며 탄식을 금치 못하는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오마이걸 유아는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 자리했다. 유아는 자신도 무대 도중 겪었던 아찔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녹화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아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생과 사, 운명이 뒤바뀐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는 ‘꼬꼬무’ 방문이 두 번째인 김다영 아나운서로 남다른 집중력과 공감 능력으로 이야기에 몰입하던 그녀는 열차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또 희생자 유족 인터뷰를 보며 “감히 심정이 상상이 안 된다. 너무 처참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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