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남편의 성인방송 강요…아내를 죽음으로 몬 기이한 주문

입력 2024-03-2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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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민지씨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일까.

23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남편의 기이한 주문’ 편으로 성인방송을 강요당해 비극적 선택을 한 임민지(가명) 씨 사망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해 12월 8일 임진호 씨는 딸로부터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임 씨는 불안한 생각에 당장 딸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딸의 만류로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민지 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민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리고 민지 씨 집에서 남편의 감시 속에서 강제로 성인방송을 하느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으며, 이별 후에도 계속해서 협박과 금전 요구를 당해 더 이상 살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들은 유서를 보고서야 민지 씨가 성인방송 BJ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7년 동안 남편에 의해 강압적으로 성인방송을 했다고 민지씨는 주장했으나 가족들은 전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는 민지씨의 죽음이 남편 이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성인방송 관계자들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둘이 똑같다”라며 “이씨가 아내의 방송 활동에 지원을 많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남편이 아닌 그 날 민지씨와 함께 술을 마신 두 사람이 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민지씨 사망 당시 두 사람은 민지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사망한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두 민지씨와 이씨는 스키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씨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연애 초 가족에게도 잘했기에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이씨를 만난 뒤 민지씨가 조금씩 변했다.

민지씨의 동생은 “언니가 자기 주장이 강하다. 이씨를 만나고 별로 자기 의지가 없었던 거 같다. 집에 올 때도 이씨 스케줄, 뭐 할 때도 이씨한테 물어봤다”라며 “이씨가 싸우면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 언니가 수긍할 때까지 계속한다. 요구를 안 들어주면 며칠이고 삐쳐서 말을 안 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결혼 후 가족들은 민지씨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민지씨의 지인들 역시 결혼 후 민지씨와 연락이 두절 됐다고 말했다.

부부와 친하다는 제보자는 “2018년 두 사람을 알았다. SNS에서 남편 이씨를 알았다. 팔로워 3~4 만명의 인플루언서다. 얘랑 친해지면 나도 팔로워가 많아지겠다 싶어서 만났다”라며 “취미가 아내를 데리고 전국으로 다니면서 야한 사진 찍어서 올리는 거였다. 무조건 이씨가 찍어달라 해서 찍는 거다. 민지는 모델만 되어 주는 거지 모든 건 남편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의 인생이 완벽히 달라지는 시기가 있다. 플랫폼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거다. 한 달에 3~400만원 들어온다고 한다”라며 “그렇게 돈이 생기니 소비를 하더라. 삶이 좋아졌다며 명품 같은 거 사 입으며 자랑을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씨는 플랫폼의 일방향 소통에 한계를 느끼고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성인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그 시점에 이 사실이 알려지며 직업군인이었던 이씨는 강제 전역 당했다.

이후 이씨는 본격적으로 성인 방송을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수입이 나지 않자 아내 민지씨를 유명 BJ 방송에 합류시켜 방송 일을 익히게 했다. 이후 민지씨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이씨는 매니저로 모든 활동을 관리했다.

당시 기획사 대표는 “두 사람을 같이 만났다. 둘 다 적극적이었다. 민지씨가 하루도 안 쉬고 넉 달 정도 방송을 하더라. 좀 쉬라고 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남편에게도 말려보라고 했다. 말려도 말려지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10월에 한창 안 좋다. 11월에 연락하니 따로 산다고 하더라. 그리고 12월에 그렇게 된 거다”라며 “민지가 죽은 날 이씨를 봤다. 2주 정도 연락을 안 했다고 한다. 이미 민지는 이씨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미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갑자기 그런다는 게 이상하다”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제작진은 민지씨가 사망한 날 같이 있었다는 신씨와 박씨를 만났다. 특히 박씨는 민지씨에게 유서 내용을 보낸 사람으로 두 사람은 많은 이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었다.

성인 방송 BJ 활동하는 신씨와 방송계에서 일하는 박씨는 지난여름 민지씨와 친해져 방송이 끝난 뒤 종종 함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에도 민지씨의 방송이 끝나고 6시부터 함께 술을 마셨다고 전했다.

신씨는 “저도 미스터리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거다. 남편 이씨의 영향이 크겠지만 방송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 민지 씨는 결혼 사실을 숨긴 채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같은 업계의 BJ를 시작으로 팬들에게까지 유부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신씨는 “그날 언니가 아버지와 통화하며 미안하다면서 울었다”라며 “자다가 나와보니 언니가 없어서 방송 방을 열었는데 술병이 깨져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 화장실로 갔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거기서 언니가 죽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가출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원치 않은 야한 사진을 찍고 했던 것들을 이젠 못참겠다고 하더라”라며 “동료들끼리 고기 먹고 있는데 남편 이씨가 갑자기 찾아와서 억지로 끌고 간 적이 몇 번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두사람은 결국 별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씨는 민지 씨에게 수백만 원대의 생활비를 챙겨달라고 말했고 그것을 해주지 않으면 유부녀라고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민지씨가 그때부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유서를 보낸 것에 대해 “이렇게 쓰고 싶다고 해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줬다. 살고 싶어서 쓴 거 같다. 협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지씨는 남편에게 해당 유서를 촬영해 보냈다. 그리고 20일 뒤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 노출하겠다는 위협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남들이 보기엔 공범이라고 여겨졌을 것이기에 주변의 싸늘한 시선이 힘들었을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계속된 협박은 결국은 죽는 날까지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깊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영학과 조주빈의 결합이라고 본다”라고 짚었다.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이영학과 텔레그램에서 N방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조주빈. 이씨의 행동이 이들과 닮아있다는 것.

그러면서 “자기 아내를 대상으로 조금씩 노출시키고 영상 확보하고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가족에게 보낸다고 했다. 조주빈의 N방처럼 노예를 만든다. 이영학처럼 아내를 착취해서 죽음으로 내몰았다. 강력 범죄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남편과 별거 중에도 계속 성인 방송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대로 생각 못 하고 남편의 강요에 의한 생활이 지속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고 내가 덜 불행할 수 있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라며 “성인 방송, 불법 촬영 이런 걸 결과적으로 포기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관계는 다 끊겼고 그 이후 관계는 다 성인 방송 쪽 사람들뿐이었다. 안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민지씨의 사망 3일 전까지 협박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민지씨의 동생은 “자기가 죽이진 않았어도 그렇게 이용했다는 것에 미안함에 어떻게라도 연락을 했을 것 같다. 진짜 사람이라면. 그런데 아예 연락이 없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씨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 당시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다음날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현재 음란물 유포 감금 협박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변호인은 “죄명이 3개다. 인정하는 것도 있고 부인하는 것도 있다. 저희 공판할 때 다 진술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씨는 3월 27일 첫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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